[FT솔로몬] 기업 법률자문을 하다보면, 의외로 계약서 작성에 소홀하거나 무관심한 경영자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계약 내용이 불완전하다거나, 다행히 계약서를 구색에 맞춰 작성하였으나 당사자 간의 실제 계약 내용과 불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계약은 둘 이상의 당사자들이 특정한 법률적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쌍방향 의사 합치만 있으면 그 자체로 성립하므로, 계약서라는 서면형식의 문서가 반드시 작성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이루어질 때 굳이 계약서가 함께 작성돼야 하는 이유는 혹여나 있을지 모를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계약이 이루어질 시점에 부동문자로 함께 작성된 계약서는 위·변조가 불가능해 계약 당사자는 계약서 내용과 다른 주장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까닭에 계약 관련 분쟁에서 객관적인 제3자적 입장에 놓인 법원도 당사자들의 서로 엇갈리는 주장보다는 당사자들 간의 합의에 따라 기재된 계약서 내용을 더 신뢰하고 이에 기초한 법적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그 만큼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검토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출발점이자 법률적 위험을 줄이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계약서를 작성하고 검토할 때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이하에서는 경영인이 계약서를 작성·검토할 때 꼭 체크해야 할 포인트 10계명을 2편으로 나눠 소개하고자 합니다.

 

▲ 법무법인 서로 조태진 변호사

- 체크포인트 01. 계약의 당사자를 분명히 하라.

‘㈜ 서로식품’과 ‘서로식품(주)’는 같은 회사일까요?

‘㈜ 서로식품 대표이사 홍길동’과 ‘홍길동’은 서로 같은 의미일까요?

얼핏 보기에는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조차 하기 어렵지만, ㈜ 서로식품과 서로식품(주)는 사업자등록이나 법인등기부등본 상으로는 엄연히 서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별개의 회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같이 회사가 계약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사업자등록증이나 법인등기부등본을 교부받아 계약당사자의 상호가 무엇이며, 대표자가 누구인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 당사자의 정확한 명칭을 계약서에 기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식품 대표이사 홍길동’역시‘홍길동’개인과는 구분해 기재해야 합니다. 전자의 경우 홍길동은 ㈜서로식품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기재된 것에 불과해 계약의 효력이 ㈜서로식품에 미치게 되지만, 후자의 경우 계약 당사자는 다름 아닌 홍길동 개인이므로 계약 효과 역시 ㈜서로식품이 아닌 홍길동 개인에게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같은 사례에서 계약담당자가 잘못된 기재를 하면, 계약의 당사자가 달라지고,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 체크포인트 02. 서명 날인할 때는 책임질 각오를 하라.

당사자 사이에 계약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각 당사자는 그 증표로 계약서 말미에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합니다. 서명과 기명날인은 흔히 혼용해 쓰기도 하지만, 본인 고유의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서명’과 자기 이름을 쓰고(혹은 부동문자로 미리 인쇄하고) 도장을 찍는‘기명날인’은 개념적으로는 명백히 구분되는 행위입니다. 물론 서명을 하든 기명날인을 하든 계약적 효력 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이 중 뭘 선택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서두에 든 사례처럼 계약서상의 기재사실과 실제 당사자 간 이행되고 있는 계약 내용이 엄연히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계약서 작성을 그저 형식적인 요식절차로만 여겨 별 생각 없이 계약서에 서명, 기명날인 하는 경우입니다. 계약서 기재사실과 실제 계약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적어도 법정에서는 당사자의 서명 날인이 포함된 계약서 기재사실이 실제 계약 내용과 다르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대한 서명 날인은 실제 계약 내용이 아닌 계약서 기재사실에 100% 동의하는 경우에만 해야 하고, 계약서가 여러 장일 경우에는 계약서 각 페이지를 접어 양 당사자가 그 위에 서명 날인으로 ‘간인’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알아두세요.

- 체크포인트 03. 제목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계약서 제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업 자문을 하다보면, 계약서 제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는 장기간 고민하면서도 정작 계약서에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계약서 제목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제목이 어떠하든 제목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서의 내용이며 실질입니다. 계약서 제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그저 담백하게‘계약서’라고 제목을 쓰세요. 대신 그 시간에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를 정확히 표현하고 기재하는데 집중하세요. 계약서 제목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계약서 내용이니까요.

- 체크포인트 04. 계약기간의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하라.

계약기간은 계약이 효력을 유지하는 기간이므로, 이 기간을 지나면 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됩니다. 물론 이 경우 별도의 기재 없이도 계약 당사자들의‘묵시적’합의로 계약이 그 이후에까지 지속되기도 하지만, 계약이 지속되고 있는지 종료됐는지가 불분명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계약이 종료될 무렵 당사자들이 계약 갱신을 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갱신을 하면 되는지, 만약 갱신을 할 경우 갱신되는 계약의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분명히 해두세요.

- 체크포인트 05. 출구전략을 제대로 구사하라.

계약서 중에는 간혹 계약 해제(해지)규정을 제대로 마련해 두지 않아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지속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 계약 내용은 계약기간이 종료하기까지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에 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계약서상에 별도의 해제(해지)규정을 기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방이 계약을 위반할 경우 상대방은 우리 민법 규정에 따라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 해제(해지)사유만으로는 당사자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충분치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계약서 작성 시에는 계약의 특성에 맞는 별도의 해제(해지)사유를 추가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어느 광고 카피처럼 계약은 체결하는 것만큼이나 제 때 합법적으로 해제(해지)할 수 있도록 계약서상에 규정을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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