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 침 하나로 OK

▲사진=제노플랜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대기업인 A사에서 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B사. A사와 함께한다면 B사의 진일보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B사는 홍보·마케팅에 투자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이러한 기업을 연결하기 위해 ‘FT브릿지’를 기획했다. 혁신적 기술·제품을 보유했거나 개발 중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을 발굴, 대기업와 중소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27번째 주인공은 유전자검사 시장의 다크호스 ‘제노플랜’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실패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집에 사는 가족도 형제간에 질병별 발생 위험도 다르다. 저마다 타고난 유전자정보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전자정보를 미리 파악한다면 질병 치료도 간단히 할 수 있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개인의 16가지 유전자형을 분석하는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입원이나 의학적 처치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약물 무작용 사고를 연간 2만4000여건 예방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실제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5월 유방암 예방 차원에서 유방절제수술을 받아 화제가 됐다. 이는 졸리가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과 관련된 BRCA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한 후 유방을 절제한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개인의 유전자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건강관리에 나서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건강 관련 개인 데이터를 유전자정보와 접목시키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히고 있다.

관련 시장 급성장…23조원 예상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틈새공략

8일 글로벌제노믹스에 따르면 2010년 83억5000만달러(10조원)였던 세계 유전자 검사 시장규모는 2013년 111억7600만달러(13조5000억원)에서 오는 2018년 197억6700만달러(23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30일부터 생명윤리법이 개정되면서 42개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민간업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혈당과 혈압,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등 대사 관련 검사와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탈모 같은 피부 관련 검사가 그 대상이다.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유전자검사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희귀 유전질환인 블룸증후군의 위험을 예측하는 검사를 출시한 미국의 유전자 분석 스타트업 23앤미(23andMe)가 대표적이다. 유럽에선 고객의 유전자검사 결과와 연계한 맞춤형 영양제,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다.

제노플랜도 2014년 4월 국내에서 설립된 토종 유전자분석 기반 체중관리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타액을 이용해 개인유전자를 분석하고 체중관리에 필요한 35개 이상의 지표를 알려주는 ‘제노플랜핏’을 출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기존 유전자 검사 시장이 질병이나 질환에 집중돼 있는 반면 제노플랜은 미용이나 건강 등 보다 생활 밀착형 분야와 접목시킬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매진해 왔다.

◆ 괄목할만한 성과…상도 싹쓸이

기업 간 거래(B2B)를 기반으로 하는 제노플랜은 최근까지 다수의 병원과 의료 관련 기관들이 업무협약을 맺고 영업 기반을 확대해 왔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실질적인 매출에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노플랜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후 키트를 구매해야 한다. 키트에 자신의 침을 담은 후 제노플랜에 보내면 된다. 제노플랜은 이 키트를 일본 연구소로 보내고, 연구실에서 타액에 담긴 DNA를 분석하게 된다. 2주 후면 유전자 분석 결과를 웹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유전자 분석을 하려면 혈액이나 구강상피세포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에서도 침보다는 혈액을 통한 분석을 많이 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침을 통한 유전자 분석의 정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제노플랜은 최근 서비스 활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서비스의 강화와 대사관리, 피부관리를 위한 신제품의 출시로 기술력과 다양성을 높여간단 계획이다.

꾸준한 개발을 위해 연내 대사 관리를 위한 ‘제노플랜 메타보’ 피부관리를 위한 ‘제노플랜 스킨’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제노플랜은 성장이 빠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제노플랜과 같이 라이프스타일과 직결된 유전 정보 분석 서비스가 없어 향후 아시아권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대부분의 바이오 스타트업은 혈액 분석을 통해 질병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제노플랜은 타액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건강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특히 ‘비만’에 집중하면서 주목받았다. 창업 반년 만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글로벌 K-스타트업에 참여해 최다 수상을 했고, 스파크랩 5기에 선정되면서 성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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