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온 경영 방침, 노조와 합의 없다”…조직적 파업 방해 의혹

▲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은행권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IBK기업은행 본사 간부급 직원이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파업 인원이 50%를 넘기면 안 된다”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기업은행이 다음날 열리는 은행권 파업에 조직적으로 직원들의 불참을 종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절대 사측의 파업 방해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처럼 상반된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이날 기업은행 서울 을지로 본사 부장은 행원들을 모아놓고 “경영 방침이 내려와 여러분들께 얘기를 하는 것으로, 전 부서에 동일한 내용”이라며 “IBK기업은행만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최대 50%만 (파업에) 참가하는 것으로 경영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해당 부장은 “노동조합과의 합의는 없다”며 “회의 결과에 따라 전달되고 있는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23일 오전 9시부터 전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기로 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측에서 지시가 내려간 사실이 없고 (해당 녹취 내용이) 경영진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녹취에 등장하는) 부장이 본점 직원이다 보니 아무래도 경영진과 가까이 있어 과하게 말을 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같은날 전국 다수 지점들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참가자 명단을 제출하지 전까지 퇴근을 막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겪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 따르면 기업은행 ▲불광동지점 ▲종로지점 ▲중곡동지점 ▲중곡중앙지점 ▲서소문지점 ▲동대문지점 ▲목동PB센터 ▲반포지점 ▲강남구청역지점 ▲일산덕이지점 등 10곳에서 이같은 행위가 확인됐다. 노조 측은 이밖에 기업은행 영업점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정보연 금융노조 기업은행 지부장은 “지점장들이 파업 명단을 제출하라고 경영진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2일 오후 6시 이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전달됐다”고 밝혔다.금융노조 관계자는 “파업 참가자 명단을 제출하라며 퇴근까지 못하게 하는 비상식적 작태는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는 금융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파업을 깨뜨리려는 중대한 불법 범죄이자 인권침해”라며 “특히 전 영업점에서 동시다발로 똑같은 퇴근 저지 감금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은행 경영진들의 총파업 파괴 공모가 있지 않았던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조합원들의 반 감금 상태를 푸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번 사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총파업 후 관련된 모든 사측 관계자들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분명하게 묻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