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투자, 과감한 M&A 몸집 키우기

▲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오너 리스크’를 털어낸 CJ그룹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M&A, 파격적인 승진인사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는 것. 이재현 회장의 사면복권 이후 기지개를 펴는 CJ그룹을 조명해봤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2013년 7월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지난 3년간 암흑기를 걸어왔다. 2012년 26조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2013년 25조6000억원, 2014년 26조8000억원 등 제자리에 머물렀다. 지난해 매출은 29조1000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목표치 30조원은 달성하지 못했다.

CJ그룹의 투자는 해마다 감소추이를 보였다. 2012년 사상 최대인 2조9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 회장이 구속된 2013년 투자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이어 2014년에는 1조9000억원 투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으로 더 낮아 졌다.

총수 부재가 길어지면서 인수합병(M&A)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APL로지스틱스, 동부로지스틱스, 대우로지스틱스 등 물류회사와 뛰어든 동부팜한농 인수에 실패했고, 올해에는 코웨이, 중국 바이오기업 메이화더우 등 인수에도 좌절했다. 케이블산업 위기 돌파 차원에서 추진한 CJ헬로비전 매각도 최근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오너 부재로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 거점구축과 CGV 해외극장 신규투자, CJ오쇼핑 물류복합센터 등의 대규모 개발사업도 잠정 보류됐다.

◆M&A 큰손으로 급부상한 CJ

이 회장이 사면복권 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CJ그룹은 완전히 달라졌다. 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것.

25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맥도날드와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뒤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동양매직 인수전, 시너지 ↑
대한통운·푸드빌, 해외 영역 확장 잰걸음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은 CJ그룹과 KG-NHN엔터테인먼트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이다가 최근 매일유업이 사모펀드 칼라일과 함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J그룹은 뚜레쥬르나 빕스 등 외식브랜드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는 CJ푸드빌이 인수에 성공하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매직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CJ오쇼핑은 이미 매각주관사 NH투자증권으로부터 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 컨소시엄 등과 적격인수후보에 선정된 상황이다. CJ오쇼핑은 동양매직의 제품을 가지고 렌털사업을 확대한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 이재현 회장이 산면복권 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CJ그룹은 완전히 달라졌다. 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고, 유례 없던 파격적인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문화예술기업을 위한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CJ대한통운은 지난 8일 매출 800억원대의 말레이시아 종합물류기업 센추리로지스틱스 지분 31.4%를 사들이며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센투리로지스틱스는 말레이시아 각지에 총면적 18만8100㎡의 대규모 물류센터 8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600여대의 화물차량과 함께 전국 각지에 배송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CJ대한통운의 말레이시아 법인과 센추리로지스틱스의 통합의 완료되면 매출기준으로 현재 종합물류기업 1위로 우뚝 서게 된다.

이에 앞서 CJ대한통운은 지난 7월 중국 3대 종합전자회사인 TCL그룹 물류자회사인 스피덱스의 지분 50%를 811억원에 인수하고 지난 8월 물류합작법인 CJ스피덱스를 설립했다.

TCL그룹은 TV, 백색가전,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중국 3대 종합 전자회사로 지난해 매출액은 19조원에 달한다. CJ대한통운은 TCL그룹과 물류 합작법인 운영을 통해 성장성이 높은 전기·전자 산업군 물류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고 중국사업에서도 전 산업군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 미국 메타볼릭스와 생명공학 관련 연구시설과 설비, 지적재산권 등 자산을 인수하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했다.

CJ제일제당은 메타볼릭스가 소유한 생명공학 연구시설과 설비를 확보, 기존 바이오 사업의 기술력 제고는 물론 글로벌 R&D 기반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그룹과 계열사의 투자활동도 제자리를 찾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경기도 광주시에 연면적 30만㎡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을 짓고 있다. 올해 3월 첫삽을 떴으며 2018년까지 330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CJ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일환으로 고양시 한류월드 부지의 ‘K컬처밸리’ 조성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5월 착공에 들어간 K컬처밸리는 CJ그룹이 싱가포르 기업과 함께 총 1조4000억원을 추자해 조성 중인 문화·엔터테인먼트 단지로 미국이나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지향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올해 전 세계에 350개 이상의 매장을 새롭게 열 계획이다. 사업 구조를 해외시장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 CJ CGV의 해외 영화관 수(218개 극장 1705개 스크린)는 국내 영화관 수(129개 극장, 974개 스크린)를 넘어섰다.

CJ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과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이라는 ‘2020 그레이트 CJ’를 위해 사업을 재정비하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

이를 위해 CJ가 가장 먼저 단행한 것은 2014년부터 3년간 실시하지 않았던 기존 임원에 대한 승진 인사다.

먼저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CJ그룹 내부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태 CJ대한통운 공동대표는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현재 CJ 경영총괄 부사장, 김춘학 CJ건설 대표, 김성수 CJ E&M 대표 등 3명은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민호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부문 대표는 부사장 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정문목 CJ푸드빌 대표는 상무에서 부사장 대우로 각각 승진했다. 이 밖에 부사장 대우 12명, 상무 29명을 포함해 총 50명이 승진했다.

이번 CJ그룹의 승진 인사 단행은 각 계열사별 CEO들이 대거 승진한 것이 특징이다. 각 계열사 단위에서 책임경영을 강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친다는 방침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후 ‘실탄’ 마련? 승계 여부 관심

이 회장 사면복권 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경영권 승계 여부다.

이 회장은 자유의 몸이 됐지만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 회사 측은 이 회장이 사면 후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면서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와 만성신부전증 악화로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하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 적이다.

▲ 지난 7월 CJ그룹이 공개한 이재현 회장의 투병 사진. 이 회장은 현재 신경 근육계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를 앓고 있다. 사진=CJ그룹

이 회장은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선호씨는 지난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현재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지분 증여를 받아 그룹 IT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5.84%를 보유하며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대 CJ올리브네트웍스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CJ(76.07%)이다.

장녀 경후씨는 지난 2011년 CJ에듀케이션즈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과장을 거쳐 현재 CJ그룹 미주법인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후씨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4.54%를 증여받아 보유 중이다.

CJ그룹은 최근 CJ올리브네트웍스, CJ파워캐스트, 재산커뮤니케이션즈 간 합병과 주식교환을 결정했다. CJ파워캐스트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 합병한 뒤, CJ올리브네트웍스가 CJ파워캐스트 지분 100%를 취득하는 수순이다.

3개 회사의 거래가 마무리되면 CJ 지분은 55.01%, 선호씨 지분은 15.76%로 조정된다. 둘 사이에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단일주주인 이재환 대표가 20.51%로 2대 주주자리에 오른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의 동생이다.

선호씨는 3대 주주로 자리를 옮기지만 보유지분은 기존 20만8867주에서 28만7347주로 37.5% 증가해 지분가치는 402억원에서 444억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선호씨가 CJ파워캐스트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었고, CJ파워캐스트와 재산커뮤니케이션즈 합병비율이 1대 11.436으로 선호씨의 지분 희석이 최소화 됐기 때문이다.

CGV 해외 극장 수 국내 극장 수 뛰어 넘어
승계도 잡고 내부거래도 잡는 복잡한 지분교환

CJ그룹은 이런 복잡한 과정으로 통해 선호씨의 지분 가치 희석을 최소화시키면서 CJ파워캐스트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CJ파워캐스트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40%로, 내부거래규모 407억원, 매출대비 게열사 의존도 비중 48%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기준에 해당된다.

CJ그룹 관계자도 이번 지분교환 작업에 대해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CJ올리브네트웍스 몸집을 키워 선호씨의 지분가치를 높이는 것이 이번 거래의 핵심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독점해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해 지분을 팔아 치우는 방법으로 ‘실탄’ 마련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는 이같은 방법으로 마련한 현금을 지주 회사인 CJ 지분 확보에 쓰거나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향후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 가치를 올리는 작업을 거쳐 자녀들의 지분을 매각한 뒤 이를 통한 경영권 승계가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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