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에 몰리는 ‘갈 곳 없는 돈’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최근에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국내 기관 투자들이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데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면 연 6~7%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해외 부동산 투자가 ‘상투잡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진행된 대부분의 딜은 금리 인상에 따른 임대료 인상 등이나 고정금리 등의 조건들을 갖고 있는 데다 장기 계약인 만큼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하나자산운용이 결성한 부동산 펀드에 참여해 12만3449㎡ 규모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마존 물류센터를 93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호주 캔버라 루이사로손 빌딩(2070억원)과 벨기에 브뤼셀 아스트로타워(2100억원), 미국 필라델피아 IRS 빌딩(1000억원)을 매입하는 등 해외 부동산 4개를 사들였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노바티스 오피스 빌딩을 2200억원에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건물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연면적 3만4000㎡ 규모의 프라임급 오피스로 2018년 완공 후 노바티스가 10년간 장기 임차할 예정이다. 기대수익률은 연 6~7%대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역시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호주 시드니의 울워스 본사 사옥을 3300억원에 매입했으며,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하나자산운용이 조성하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폴란드 중서부 포즈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1000억원에 매입했다.

지난 7월에는 FG자산운용과 함께 부동산 펀드를 결성해 시드니 중심가에 위치한 적십자 입주 건물을 980억원에 인수했다. 호주 연방정부 산하기관인 호주 적십자가 15년간 100% 장기 임차할 예정으로 연 7%대의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부동산 투자 행보도 눈에 띈다. 연초 하와이와 시애틀에 위치한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 호텔’과 ‘아마존 본사사옥’을 인수한 데 이어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랜드마크 72에 투자한 선순위 대출 30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만기 6개월의 ABS 상품을 출시해 개인투자자에게 공급했다.

키움증권도 해외 부동산 물색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중심부의 신축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인 'KPMG플라자' 빌딩(2500억원) 매입에 출자했다.

해외 부동산, 임대 수익에 매매차익 6~7% 수익
美금리인상 안전장치 확보…당분간 증가세 지속

◆해외 부동산 투자 배경은?

최근 들어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은 저금리는 물론 장기화되는 저성장 상황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연기금을 비롯해 보험사 등이 역마진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대체 투자를 확대해나면서 수요가 급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들은 기존의 인수합병(M&A) 자문과 기업공개 주선만으로는 이익 내기 어려워지자 자기자본(PI)을 활용해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뒤 투자 수요가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지분을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투자부 부장은 “글로벌 저금리, 저성장 국면에서 전통적인 투자 대상들이 수익률이 안나오고 있다”며 “투자 자산의 분산 효과를 고려했을 때 안정적인 자금 흐름을 확보한 실물 부동산 딜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보니 증권사들이 확대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덕규 NH투자증권 부동산금융본부장 역시 “금리는 물론 기업의 성장성이 낮아지면서 기업 투자가 보수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대체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국민연금이나 연기금은 운용자금은 늘고 있지만 수익률이 낮아서 대체투자를 늘려 수익을 꾀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담보 가치가 있으면서도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불거지면서 부동산 투자가 상투 잡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주거용 부동산 매매가 올해 활기를 띄고 있는 반면, 상업용 부동산의 매매는 올해 3월부터 전년동월 대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기간이었던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나타난 모습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저금리 환경에 의해 견인된 경향이 적지 않다”며 “향후 통화정책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으며 그 전환은 상업용부동산에서 우선적으로 감지될 것이다. 투자대상으로 긍정적이지만 조심스러운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남정길 하나금융투자 부동산금융실 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가시화되는 국면인 만큼 해외 부동산 투자를 신중하게 보는 추세”라며 “하지만 사전 검토단계에서 금리 인상 이슈를 감안해 고정금리로 하거나 임대료가 물가상승률 이상만큼 올릴 수 있도록 미리 안전장치를 걸어둔 상태”라고 전했다.

김덕규 본부장 역시 “증권사들이 하고 있는 해외 부동산 딜은 장기 계약이 대부분으로 캐시 플로우가 고정돼 있다. 오히려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금리가 오르게 돼 있다”며 “향후 금리가 크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금처럼 캐시 플로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영향이 없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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