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동원? 최 회장 결단?…키울지 말지도 ‘고민’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SK그룹의 SK증권 지분 처분 시나리오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법이 바뀌면서 시간은 벌었지만, 언젠가는 정리해야만 하는 지분을 두고 각종 관측이 쏟아진다.

지분 정리를 계기로 SK그룹이 증권업에서 아예 손을 뗄 것인지, 아니면 증권가에서 유독 약한 SK브랜드를 키울 것인지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는 공정거래법 상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 10%를 어떤 형태로든 처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에 따라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당초 SK증권 지분 10%의 주인은 옛 SK C&C였다. 그런데 지난해 8월 SK C&C와 ㈜SK가 합병되면서 이 지분 역시 합병법인의 소유가 됐다. 그러면서 일반 지주회사인 ㈜SK가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SK는 SK C&C와 합병된 지 2년이 되는 내년 8월까지 SK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기업 규제와 절차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한 일명 ‘원샷법’이 통과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SK의 SK증권 지분 처분 유예기간은 1년 연장됐다.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SK증권 지분 정리에 대해 SK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크게 4가지가 꼽힌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법은 SK그룹 내에 다른 계열사가 SK증권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SK그룹은 2011년 7월 만료 시한을 넘겨 공정위로부터 50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고 SK증권의 지분 처분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결국 2012년 SK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SK증권을 지분을 같은 이유로 SK C&C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다른 계열사에 SK증권 지분을 넘기면서 규제를 피할 것이라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유력한 곳으로는 SK케미칼이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SK증권의 시가총액은 3700억원 규모로, 지분 10%의 가치는 400억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지만 있다면 최 회장 개인이 충분히 매입할 수 있는 액수다.

단, 이렇게 되려면 SK그룹이 증권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SK그룹이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국내 3대 재벌이라는 점과 비교해 볼 때, SK증권이 국내 증권가에서 갖는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SK증권의 자산과 자본 규모는 국내 증권사들 중 각각 23위, 25위 수준이다.

만약 SK그룹이 증권업에서 손을 떼고자 한다면 SK증권 지분을 아예 다른 곳으로 넘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과거 LG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LG증권과 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전부 매각한 바 있다. 이처럼 SK그룹도 크게 존재감이 없는 금융계열사인 SK증권을 정리하고 금융투자업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SK그룹이 SK증권을 키우고자 한다면, 이번 기회에 지분 정리를 넘어 다른 증권사를 인수합병(M&A) 해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국내 증권사 M&A 바람과 맞물려 있다. 괜찮은 매물이 나온다면 아예 이를 사들이며 구조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SK증권이 SK그룹이라는 거대 재벌을 등에 업고 있어 그룹의 의지만 있다면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지분 정리가 시급한 시점은 아니다”라며 “여러가지 시나리오들 모두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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