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올 상반기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0년 이후부터 매출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가고 있어, 전문가들은 비용 절감이나 시장점유율 확대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연이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 좌표를 잃고 체면까지 구긴 투자은행 중에는 경영위기에 몰린 곳들도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형 투자은행 12곳의 매출이 올 상반기 15%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투자은행들의 실적은 올해 2분기 들어 점차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 상승폭이 제한적인데다, 올해 1분기 ▲주식 ▲채권 ▲상품 ▲인수·합병 부문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가격 하락·거래 부진의 충격을 이겨내지는 못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들은 상반기 ▲주식이나 채권 거래 ▲기업 간 인수·합병 컨설팅 ▲채권주식 발행 컨설팅을 통해 매출 790억달러(약 87조9428억원)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933억달러(103조8615억원)에 비해 16조원 이상 급감한 것이다.

조사대상 기업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BNP파리바 ▲시티그룹 ▲크레디트 스위스 ▲도이치뱅크 ▲골드만삭스 ▲홍콩상하이은행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소시에테제네랄 ▲UBS 등이 포함됐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매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상반기만 해도 1400억달러(약 155조848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전년 대비 25% 하락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코얼리션의 조지 쿠즈네초프 리서치 부문 대표는 “투자 은행들은 그들을 (매출 부진에서) 바로 구해낼 구명정은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있을 것”이라며 “모기업이 자본을 투하해도 많은 것을 바꾸지는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비용을 절감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의 신에 비유되는 투자은행들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환경이 변덕스러워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 위기 ▲주요국들의 양적완화 ▲올해 6월 24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비롯해 ‘블랙스완’에 비유되는 메가톤급 이슈들이 꼬리를 물며 투자 좌표를 잃은 탓이다.

빅12 가운데 일부 은행들은 이러한 변화의 파고에 흔들리며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존 크라이언 도이치뱅크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수천 명을 해고했으며, 위험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 투자은행은 추가 구조조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크레디 스위스도 자산관리와 아시아 부문 비중을 줄이고 있다.

미국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의 로이 스미스 교수는 “투자은행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박스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주들도 사업 재편을 위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면서 “이 기업들은 현재 표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