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인구 2억명…최고의 블루오션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대기업인 A사에서 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B사. A사와 함께한다면 B사의 진일보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B사는 홍보·마케팅에 투자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이러한 기업을 연결하기 위해 ‘FT브릿지’를 기획했다. 혁신적 기술·제품을 보유했거나 개발 중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을 발굴, 대기업와 중소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24번째 주인공은 인도 핀테크 시장의 선구자 ‘밸런스히어로’다.

12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인도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금융과 IT기술이 접목된 핀테크 분야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하지만 다른 환경과 인도 특유의 문화 등 장애물들이 많아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28일 인도통신규제위원회(TRAI)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인도 시장은 휴대폰 사용자 약 10억명 중 95.0% 이상이 선불제 기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이중 약 2억명이 스마트폰을 이용 중에 있다. 최근에는 선불 요금 잔액 조회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인도가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의 다양한 업체들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특유의 IT생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 통신 환경은 국내와 크게 다르다. 90.0% 이상이 선불제 요금을 사용한다. 더블심 이용자도 70.0%에 이른다.

느린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는 환경도 발목을 잡는다. 모바일 시장에서 저사양 스마트폰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통신 환경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JP브라더스가 저사양 스마트폰 최적화 작업을 진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낯선 문화와 복잡한 환경도 접근을 가로막는 요소다.

그 사이 중국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 무료 앱 시장 다운로드 순위 10위권 안에 든 중국 앱은 3개다.

알리바바그룹 ‘UC브라우저’와 파일 공유 앱 ‘쉐어잇’, 백신 앱 ‘360 모바일 시큐리티’ 등이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2위다. MX플레이어와 클린마스터, 레오프라이버시가드, CM시큐리티 등도 20위권을 오르내린다.

국내 토종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는 인도시장 진출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들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당당히 진출에 성공했다. 인도 특유의 선불폰 문화에 착안해 잔액 알림서비스인 ‘트루밸런스’를 출시했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도는 휴대폰 통신요금을 선불로 충전해서 쓴다. 이전까지 인도사람들은 선불로 결제한 잔액을 조회하기 위해 USSD를 이용해 왔다. 휴대폰에 ‘*1223#’을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기지국에서 문자메시지로 잔액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에 트루밸런스는 ‘한국식’ 기능과 전략을 버리고 과감하게 상품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인도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급성장 인도 앱 시장…국내 업체 진출 필요성↑
주변 서비스 확장용이…O2O 충전 서비스 추진

◆ 선불폰에 최적화된 서비스

밸런스히어로의 ‘트루밸런스’ 앱은 스마트폰으로 잔액이 얼마인지는 물론 남은 데이터 사용량과 자체 포인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친구 추천을 하면 10루피가 충전되는 식의 보상시스템도 탑재해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국내에서는 대단할 것 없는 기술 같지만 인도사람들은 크게 열광했다. 10루피 정도면 30분 통화가 가능하다. 잔액 확인 뒤 온라인 충전도 가능하다. 월렛 기능이 탑재돼 ‘냉장고 열어보듯’ 하루에도 몇 번씩 충전 잔액을 확인하는 인도사람들에게 트루밸런스는 혁신 그 자체였다.

트루밸런스는 버블 등 10여개의 경쟁 앱과 비교해 편리한 사용자 환경과 잔액 확인부터 충전까지 간소화해 편의성이 극대화 됐다. 또 데이터 분석으로 최적화된 선불제 상품을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현재 트루밸런스는 주변 서비스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모바일 결제와 이용자 기반 이동통신사 요금상품 중개, 현금으로 요금을 충전하는 O2O 충전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동남아 등 선불제가 상용화된 국가 진출도 생각 중이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서비스를 내놓기 전 200명 이상의 현지 사용자를 인터뷰했다”며 “인도 델리 지역에서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지난해 말부터 이용자가 하루 평균 5만명가량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의 스마폰 사양이 좋아지면서 설치하는 앱 수도 늘어날 것”이라며 “세계 선불제 요금 이용자 모두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2006년 휴대폰 컬러링 등 부가서비스를 동남아시아 통신업체들에 제공하는 액세스모바일을 창업했다. 액세스모바일을 운영하며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2014년 4월 사내벤처 밸런스히어로를 설립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작년 3월 본엔젤스와 메가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총 8억원을 투자받았다. 중소기업청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TIPS)에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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