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동준 기자] 미국의 엑손모빌, 영국의 로열더치셸 등 국제 원유시장에서 ‘세븐 시스터스’로 널리 알려진 석유 메이저들이 저유가에 따른 부채 급증에 휘청거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요 자산을 팔아치우고 주주들에게 현금 대신 주식을 배당하고 있지만, 이들의 수난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25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엑손모빌 ▲영국의 로열더치셸 ▲영국의 BP ▲미국의 셰브론 등 전통적인 석유 메이저 4곳은 2014년 이후 국제 유가 하락으로 현재 1840억달러(약 207조276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순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2014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지난 50여년 간 국제원유시장을 지배해온 전통 강자인 ‘세븐 시스터스’에는 이들 4개 기업 외에도 1999년 벨기에의 페트로피나를 합병한 프랑스의 토탈을 포함시키지만, 이번 부채 산정에서는 제외됐다.

이들 석유 메이저들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새로운 프로젝트에 쏟아 붓기로 한 수십억 달러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이러한 막대한 부채는 이들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손발을 묶어 원유와 가스를 신규 채굴하는 역량을 훼손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기네스 애트킨슨 자산운용의 조너선 와그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석유 메이저들은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충분히 돈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저유가의 불똥이 이들 업체들의 생산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원유시장을 지배해온 이들 석유 메이저들의 부채 급증은 2014년 이후 2년 간 지속된 저유가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셌는지 보여준다. 이들은 유가가 치솟던 10년 전만 해도 의회에 불려나가 막대한 이익의 실체에 대해 추궁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엑손 모빌, 셰브론, 로열더치셸을 비롯한 석유메이저들도 눈물 겨운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주요 자산을 매각하거나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 대신 주식을 제공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저유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지만 저유가 국면이 끝나지 않는 한 이들의 수난시대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유가로 고통받는 것은 비단 석유 메이저들뿐만이 아니다. ‘신7공주파’로 널리 알려진 국제 원유시장의 신흥 강자들도 그 불똥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러시아의 가스프롬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등도 올해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한때 150달러 선을 위협하던 유가는 2014년 말 이후 꾸준히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2분기 브렌트유는 배럴당 평균 4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한해 전 배럴당 63달러를 기록했으나,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이르면 올해 말 50달러선을 회복하고, 내년 중 7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엑손모빌과 로열더치셸에 지분을 보유한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까미낙 코모더티 펀드의 마이클 훌메 대표도 “이들 석유 기업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에 그치는 상황에서는 현수준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할 수 없다”며 “이러한 배당금 지급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WSJ도 “이들 기업의 경영진은 내년에는 투자와 배당을 위한 충분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주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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