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찔끔’, 상품성은 ‘퇴보’… 르노삼성 QM6 출시로 약진

▲ 사진 왼쪽 위부터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르노 신형 꼴레오스(국내명QM6), 기아자동차 쏘렌토, 한국GM 쉐보레 캡티바.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SUV 라인업 보강에 여념이 없다.

한국GM은 새로운 모델 추가하기는 커녕 이전보다 더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한 상태다.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쉐보레가 생산하고 있는 SUV는 트랙스와 캡티바 등이다. 특히 캡티바는 GM대우 시절 발표한 윈스톰부터 시작해 풀체인지 없이 부분변경만으로 10년을 버텨온 모델로 대우자동차에서 생산한 최초의 SUV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캡티바는 경쟁차량인 싼타페나 쏘렌토 등 동급 SUV들이 세대변경을 하며 상품성을 개선시켜온 것과는 달리 2011년 GM대우가 사라지면서 차명을 윈스톰에서 캡티바로 바꾼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먼저 캡티바에는 독일 오펠에서 공급하는 2.0ℓ 디젤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170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경쟁차량인 2016년형 싼타페(186마력, 41.0kg.m)와 쏘렌토(186마력, 41.0kg.m)와 비교해 다소 낮은 편이다. 연비도 복합연비 기준 리터당 11.8km로 싼타페(13.8km/ℓ)와 쏘렌토(13.5km/ℓ)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또 캡티바는 SUV의 미덕인 상시 4륜구동(AWD)을 선택할 수 없다. 이전 모델인 2015년형 까지는 AWD를 지원했으나 2016년형부터는 어떤 트림에서도 4륜 구동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소형SUV에도 장착된 AWD가 중형 SUV인 캡티바에서 생략된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파워풀한 주행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가족들과 편하게 탈 수 있는 패밀리카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패밀리카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과는 달리 캡티바는 편의사양도 타 경쟁차량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상위 트림인 LTZ 모델에서도 열선시트는 단계를 조절할 수 없고 조수석 높낮이 조절도 불가능 하다. 또 싼타페와 쏘렌토는 물론 준중형 SUV인 투싼과 스포티지에도 탑재돼 있는 2열 에어벤트(송풍구)도 없다.

물론 동급모델들에 있는 파노라마썬루프 옵션도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격은 이전 모델보다 118만원에서 207만원정도 상승해 상품성은 더 떨어졌다.

▲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하지만 캡티바가 처음부터 경쟁차량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은 아니다. 2006년 출시 초기만 해도 캡티바의 전신인 윈스톰(150마력, 32.7kg.m)은 싼타페(153마력/35.0kg.m), 쏘렌토(145마력/36kg.m)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주행성능이나 기본기는 윈스톰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GM측은 ‘사골 캡티바’라는 지적에 대해 현행 모델로 시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만큼 상품성을 보완했다는 우회적인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도태되는 경쟁력…후속 도입은 ‘깜깜무소식’
경쟁사들 라인업 강화…조상과 대결하는 꼴

한국GM 관계자는 “경쟁 제품의 완전변경 주기와 우리의 상품 기획은 전혀 다른 과정과 결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경쟁사를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쉐보레의 소형 SUV인 트랙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트랙스의 판매량이 6029대에 그친 반면 경쟁차종인 쌍용차 티볼리와 QM3는 각각 3만2378대, 7139대가 팔려나갔다. 트랙스는 국내에서 소형 SUV시장을 제일 먼저 개척했지만 QM3와 티볼리에 판매 1위를 줄곧 내줬다.

◆ QM6 앞세운 르노삼성차의 패기

반면 경쟁업체들은 신차를 출시하거나 기존에 나와 있던 모델의 상품성을 강화하면서 시장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업계 12위인 현대‧기아차를 타겟으로 중형 SUV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르노삼성차의 기세가 무섭다.

▲ 르노삼성자동차 QM6. 사진=르노삼성차

르노삼성차는 다음달 1일 출시하는 QM6의 사전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지난 6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QM6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는 인테리어로 모터쇼를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과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사전 예약을 통해서는 QM6의 트림별 기본과 옵션 사양만을 공개하고 정확한 가격은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2000대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링 중형 세단의 초반 판매세를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했다.

쌍용차도 티볼리의 흥행에 힘입어 기존 렉스턴w의 후속 차량을 2017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젝트명 Y400으로 알려진 렉스턴 후속의 디자인은 볼보 신형 XC90을 연상시키는 실루엣과 강인한 전면부 디자인, 티볼리와 유사한 슬로핑 루프 라인이 특징이다.

쌍용차는 2015년 티볼리 출시 이후 2016년 티볼리 에어, 2017년 렉스턴 후속, 2018년 고급 픽업트럭, 2019년 코란도 후속 등 매년 1개 이상의 신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싼타페와 쏘렌토는 매년 부분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싼타페와 쏘렌토 SUV 시장 점유율은 무려 95%에 달한다. 두 차량 모두 한 체급 아래 모델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 들어 7월까지 단 한 차례도 판매에서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 모델이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사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라인업이 현대‧기아차와 비교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도전 없이 상품성 개선에 노력하지 않는 다면 도태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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