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일본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줄줄이 인하하며 막대한 돈을 풀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 국가 화폐 가치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채권시장의 국채 대부분이 마이너스 또는 매우 낮은 수익률을 띠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나라의 화폐 가치가 오르게 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을 자제하면서 다른 나라 통화가 달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일본과 뉴질랜드, 러시아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 금리 인하가 통화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할 판”이라고 전했다.

WSJ은 이러한 사례로 ▲키위로 불리는 뉴질랜드 달러화 ▲일본 엔화 ▲러시아 루블화 ▲한국의 원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호주 달러화 ▲대만의 달러화 등을 꼽았다.

대표적인 통화가 키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뉴질랜드 달러화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로 0.25%포인트 낮췄지만, 키위화는 이날 외환시장에서 최근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호주 중앙은행도 올 들어 두 차례 기준 금리를 인하했지만, 호주 달러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가 강세를 유지하는 배경으로는 금리가 플러스인 점이 꼽혔다. 기준금리를 떨어뜨려 국채 이자 하락을 유도해도 여전히 마어너스 금리 국가들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보니 쏠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발행한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각각 연 1.86%, 2.12%에 달한다. 이는 영국의 0.51%, 스페인의 0.9%, 아일랜드의 0.33%, 미국의 1.51%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이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들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지 통화를 사들이며 금리 인하에도 불구, 통화 가치가 오르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 궉 아문디자산운용 외환운용부문장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의 상당 부분이 마이너스 금리”라며 “투자자들은 플러스 금리에 목을 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닛 옐런 의장이 이끄는 미국 연준 이사회의 ‘원죄론’도 또 다른 원인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금리를 올려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든 연준이 올 들어 브렉시트 등 돌발변수로 금리 인상을 자제하자,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이들 국가의 통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데 빌더 BNP파리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와 통화 약세의 상관관계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옛 교과서가 가르치는 모델이 죽지는 않았지만, 그 효과가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