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유도 종목에 출전한 안바울 선수가 지난 8일 유도 남자 66kg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파이낸셜투데이=한종민 기자] 그는 앞만 보고 걸었다. 기자들과 만나는 믹스드존에서조차 불러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 자세 그대로 믹스드존을 통과했다. 몇 걸음을 더 가더니 이내 도복 상의를 벗어던지고 땅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유별나게 해석할 사람은 또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그가 너무도 허무하게 금메달을 놓친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유도 66㎏급 세계랭킹 1위 안바울은 오직 일본 대표로 ‘천적’인 에비누마 마사시만 바라보고 리우 올림픽을 준비했다. 에비누마와는 두 번 만나 모두 졌다. 에비누마만 잡는다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안바울은 머릿속에 그리던 그 모습을 실현했다. 지난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치러진 대회 남자 유도 66㎏급 준결승에서 에비누마와 5분 동안 지도 1개를 주고받은 뒤 골든 스코어로 49초 만에 유효를 따냈다.

그런데 손쉬울 것으로 봤던 결승전에서 어이없이 한판 패를 당했다. 세계 26위에 불과한 파비오 바실(이탈리아)에게 경기 시작 1분24초만에 기습적인 밭다리를 허용하며 매트에 떨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패배에 안바울은 넋나간 사람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젊음이 약이다. 젊음 뒤에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바울은 20분도 지나지 않아 믹스드존으로 다시 나왔다. 생글생글 웃으며 몇 십분 전을 되돌아봤다.

“져서 속상해서 그랬는데. 올림픽은 축제잖아요. 그래서 들어가서 천천히 다시 한 번 생각해봤어요. 그래 올림픽을 즐겨야겠다, 그렇게 마음 먹었어요”

안바울이 금세 이같은 생각을 한 것은, 올림픽을 자신의 유도인생 종착역으로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잖은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이 자신의 은퇴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안바울은 이 대목에서 “유도는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며 “만약 이번 대회 금메달을 땄더라도 다음 올림픽에 당연히 다시 도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바울은 금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대회에서 에비누마를 잡는 성과를 남겼다. 그만한 노력의 대가였다. “최민호 코치님에 그 선수에 대비해 여러 가지를 알려주신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일본 선수도 나도 기술은 좋다. 잡기에서 내가 좋지 않았는데 그 부분을 고쳤다”고 말했다.

다만 혈투 끝에 ‘천적’을 사냥한 대가는 너무 컸다. 안바울은 준결승에서 왼쪽 팔꿈치를 다쳤다. 정상 컨디션으로 결승 매트에 오르지 못했다. 더구나 왼쪽 업어치기 등 주무기가 대부분 왼쪽 기술로 영향이 없을 수 없었다. 안바울은 “움직이면 아팠다. 신경 안 쓰려했는데 신경이 쓰이긴 했다”며 “어떻게 얘기해도 다 핑계다. 이겨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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