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식 직접 살 수 없는 대만계 증권사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삼성증권이 국내 증권사들 중 처음으로 대만 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대만 최대 증권사의 식구인 유안타증권이 버젓이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도, 정작 대만 주식을 직접 사려는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증권을 찾아야하는 상황이 펼쳐진 까닭이다.

당장 대만 시장에 돈을 넣으려는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은 아니지만 자칫 삼성증권이 고객들을 확보해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되면, 유안타증권으로서는 ‘대만계 증권사’라는 입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번달부터 대만 유력 증권사 중 하나인 KGI증권과 제휴를 맺고 대만 주식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달 28일 직접 대만 KGI증권 본사를 찾아 쉬따오이 KGI증권 회장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리서치 자료 공유를 통해 대만과 한국 시장으로 리서치 커버리지를 확장하고,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더불어 향후 상품 교차 판매 등으로 제휴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윤용암(왼쪽) 삼성증권 사장과 쉬따오이 대만 KGI증권 회장이 지난달 28일 대만 KGI증권 본사에서 양사 간 포괄적인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증권

국내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만 주식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 삼성증권이 처음이다.

대만증시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30분까지 열린다. 가격제한폭은 ±10%다. 한국에서는 1000주 단위로 주문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9월부터 온라인 매매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대만 증시는 시가총액 950조원, 상장기업 수 900여개 규모다. 시총 1500조원을 넘어선 우리나라 코스피 시장과 비교하면 3분의 2 규모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대만 증시에 쏠리는 이유는 최근의 상승세 때문이다. 대만가권지수는 올해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 기대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특히, 반도체 등 일부 IT 산업의 실적 개선으로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만 주식 시장이 우리에 비해 규모가 작고 저성장 시장이기는 하지만 주요 기술을 보유한 알짜 기업들이 많고, 배당 성향도 높은 편”이라며 “새로운 투자처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에게 다양한 글로벌 투자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아시아 전체로 제휴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로 다른 시각, 결과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대주주가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인 유안타증권이 삼성증권에게 선수를 뺏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마음만 먹었으면 국내 증권사들 중 대만 시장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안타증권 측은 아직 국내에 대만 시장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 관련 서비스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판단한 대로 대만 시장에 투자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충분하고 이를 먼저 확보한다면, 유안타증권은 대만계 증권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선점 효과를 내주는 셈이 된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대만 증시에 대한 국내 수요층이 아직은 많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거래를 튼다고 해서 이용할 투자자들이 아직은 많이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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