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세종로 금융위원회 입구에 서 있는 표지석.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금융당국이 직전 체결가 이하로는 매도 주문을 못 내도록 하는 소위 ‘업틱룰’을 시세조종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가 업틱룰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끌어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금감원 해석은 주식거래 전반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지난 4월 20일 열린 제 8차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블록딜 전 불법 공매도 혐의로 이날 증선위가 검찰에 통보한 현대증권 직원 A씨의 공매도 종목은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한약품공업 2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4년 9월, 대한약품공업은 2015년 2월 현대증권이 블록딜에 참여해 주식을 인수했는데 이 정보를 안 담당 직원 A씨가 두 종목을 미리 공매도한 것이다.

문제가 된 A씨는 당시 증선위에 출석해 “두 건 모두 업틱룰 규정에 의거해 적법하게 공매도를 진행한 것으로 시세조종 주문이 아니었다”며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주가 하락은 블록딜 이후 예정된 신규 상장 공시, 대한약품공업의 주가 하락은 전반적인 매수세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업틱룰을 지켰다고 해서 시세조종 혐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해당 직원은 블록딜을 앞두고 주가가 떨어져야 보다 싼값에 대량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공매도를 한 것”이라며 “업틱룰 규정을 준수했더라도 주가를 끌어내릴 의도로 다량의 공매도 호가를 냈다면 시세조종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틱룰은 공매도에 의한 인위적 주가 조종을 막을 수단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도입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그동안 업틱룰 조항을 근거로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록딜 이후 해당 종목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많아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공매도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현대증권의 블록딜 전 공매도에 대한 막바지 수사를 진행 중으로 이르면 다음달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현대증권과 해당 직원에 대해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편취 혐의로 이달 말 행정제재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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