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유럽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발표를 앞둔 가운데 전 세계가 유럽발 금융위기를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9일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이 전망한 부실채권(NPL) 비율 등을 봤을 때 금융위기 징후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전 세계 NPL 비율이 4.3%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2009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NPL 비율이 4.2%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NPL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가운데 회수가 불확실한 돈을 뜻한다.

또한 전 세계에 3조달러(약 3372조원)에 달하는 부실가능(Stressed) 대출자산이 쌓여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유럽 은행권에서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보다 많은 금액인 1조3000억달러(약 1461조원)에 달하는 NPL을 안고 있어 유럽발 금융위기가 불가피하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당시 NPL규모는 1조달러(약 1124조원)였다.

그렇다고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의 부실자산이 유럽에만 집중돼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세계 2의 경제대국 중국의 부실가능 대출자산도 1조3000달러이며, 아시아의 신흥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도 부실가능 대출자산 1500억달러를 품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임박을 경고하는 것은 대출자산뿐이 아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전 세계 각국이 과평가된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다.

과잉생산으로 수년간 약세를 보인 원유업계 등 취약업계에 대한 노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에너지 부문에만 들어가 있는 대출금액은 3조달러(약 3372조원)에 달하지만,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대출업체들은 이를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출이 경제 성장을 부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IMF는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3.2%에서 3.1%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3.5%에서 3.4%로 0.1%포인트 내렸다.

특히 선진국에는 브렉시트 영향이 반영되면서 올해(1.9→1.8%)와 내년(2.0→1.8%)의 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하향조정됐고, 유로 지역 내년 전망치는 1.6%에서 1.4%로 떨어졌다

IMF는 브렉시트로 인한 정치·경제 불확실성 증가와 유럽 은행권 불안 심화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시장에 유동성을 풀어 어떻게는 경제성장세를 부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산 거품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파산을 해야만 하는 기업들이 더 오래 생존하게 만든 일명 좀비기업만 양산됐다.

데이비드 립튼 IMF 부총재는 지난달 중국 선전에서 가진 연설에서 “중국 기업의 부채가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강한 개혁조치들로 이 문제에 즉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도입한 초저금리 제도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자를 먹고 사는 은행권의 수익률을 훼손해 오히려 부실채권을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을 앗아갔다는 풀이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나 마이너스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은행권의 맹렬한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의 케이블 경제뉴스 채널 CNN머니에 따르면 4000억달러(약 449조원)에 달하는 부실가능 채권을 가지고 있어 유럽금융 붕괴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이탈리아 은행권도 ECB의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더 깊은 불황으로 빠졌다.

런던 소재 경제연구소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잭 앨런은 지난 6일(현지시간)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ECB의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는 이탈리아 은행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사티야지트 다스는 “금융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라면서도 “전 세계 규제기관들은 선진국 금융화와 은행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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