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소속 강민호 선수.

[파이낸셜투데이=한종민 기자] 빈볼로 엮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악연이 깊어지고 있다.

두 팀의 경기가 열린 지난 7월 24일 부산 사직구장은 몸에 맞는 공과 위협구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해에도 빈볼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두 팀이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시작은 지난 23일 경기에서부터였다. 롯데 주장 강민호를 향해 한화의 위협구가 날아들었다. 롯데가 6대 3으로 앞선 4회말 1사 1루였다. 황재균의 중전 적시타로 롯데가 1점을 추가한 상황이었다. 한화 투수 송창식의 초구는 포수 차일목의 미트가 아닌 강민호의 엉덩이로 향했다. 송창식을 잠시 바라보던 강민호는 차일목과 권영철 구심이 토닥이자 1루로 걸어 나갔다.

그러나 이게 시작이었다. 6대 4로 한화가 1점 따라붙은 6회말 2사 1루에서 강민호는 한화 좌투수 권혁과 상대했다. 볼카운트 0-1에서 권혁이 던진 2구는 강민호의 머리 쪽으로 날아왔다. 강민호는 깜짝 놀라며 공을 피하다가 뒤로 쓰러졌다. 사직구장에는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사직구장을 채운 롯데 홈팬들의 야유가 나왔다. 거기서 다시 권혁의 3구가 강민호를 맞힐 뻔했다. 이후 강민호는 볼넷을 골라 1루로 출루했다.

한화가 다시 1점을 뽑아 6대 5로 쫓기던 8회말 강민호는 이날 두 번째 사구를 기록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의 2구가 좌측 종아리를 맞혔다. 강민호는 체념한 듯 1루로 걸어 나갔다. 이날 승부는 연장 10회말 롯데의 7대 6 끝내기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다음날인 24일 강민호는 폭발했다. 한화가 롯데에 7대 1로 앞선 5회말 강민호가 선두타자로 나섰다. 이날 한화 선발 파비오 카스티요는 롯데 타선을 완벽히 봉쇄하고 있었다. 그러나 볼카운트 1-3에서 5구째 150㎞초반 속구가 강민호의 엉덩이를 강타했다.

살이 많은 부위였지만 강민호는 참지 않았다. 곧바로 카스티요를 쳐다보면 육두문자를 날렸다. 포수 차일목과 박근영 구심이 재빨리 막아서며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강민호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한화 주장인 2루수 정근우가 1루까지 가서 사과를 했지만 강민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야구커뮤니티에서는 이날 강민호에 대한 사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강민호는 6회초 김준태와 교체됐다.

하지만 롯데는 보복을 시도했다. 이정민이 마운드에 있던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용규 타석이었다. 2구째 145㎞ 속구가 이용규의 몸 쪽을 파고들었다. 다행인지 이용규가 미리 낌새를 채고 뒤로 물러나 맞지 않았지만, 포수 김준태가 잡지 못할 거리였다.

이용규가 피하지 않았다면 옆구리에 맞았을 공이었다. 이후 더 이상 위협구를 연상시키는 장면은 없었다. 이날 한화가 8대 1로 승리하며 막을 내렸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이미 지난해 4월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나온 위협구 논란으로 두 팀은 악연을 만든 적이 있다. 당시 한화 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의 몸 쪽에 공을 붙이다가 결국 엉덩이를 맞혔고, 퇴장 당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이동걸에 제재금 200만원에 5경기 출장정지, 김성근 감독에 300만원 제재금, 구단에 500만원 제재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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