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청정기와 에어컨 등에서 쓰이는 일부 항균필터에서 유독 물질이 방출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환경부가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국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사용되는 항균필터에서 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린(OIT)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2년 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한 OIT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돼 논란을 일으켰던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한 물질이다. 이 때문에 인체 무해성을 주장하는 가습기살균제 업체들의 항변에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21일 시중에 판매된 공기청정기 필터 58종을 비롯해 가정용 에어컨 필터 27종, 차량용 에어컨 필터 3종 등 총 88개 필터에서 독성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린(OIT)이 방출된다고 밝히면서 해당 업체에 제품 회수 권고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환경부는 공기청정기를 5일간 가동하는 실험을 통해 해당 필터들에서 OIT가 25.0~46.0% 방출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8시간 가동한 차량용 에어컨 필터에서는 방출수치가 26.0~76.0%까지 치솟았다.

이번 실험은 공기 중의 OIT를 포집해 이뤄졌다. 공기 중으로 방출된 OIT가 실제 인체에 얼마나 흡입되는지 여부는 조사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필터 사용과정에서 OIT가 방출되는 것이 확인된 만큼 관계부처 공동으로 제품안전기본법 제10조에 따라 회수권고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며 “또 OIT가 아닌 항균물질로 처리한 필터에 대해서도 자진수거 등을 통해 우선 조치한 후 안전성 검증에 즉시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OIT는 급성 흡입독성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환경보호청(US-EPA)는 급성호흡기 독성 정도를 CMIT 등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동일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급성독성에 의한 피해로는 피부부식과 심한 눈 손상, 반복 흡입독성의 경우엔 비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각각 파악됐다.

2014년 환경부가 이 물질을 유독물질로 이미 지정한 바 있으나 흡입 시 어떤 해로움이 있는지는 현재까지 조사된 바가 없다. 국내에서는 유럽과 같은 사전등록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아 기업이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시중에 팔린 제품을 일부 수거해 독성 연구를 시작하고 학계와 전문가와 논의를 통해 인체 위해성 검증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독성 실험이 이뤄진다 해도 1차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유해성이 입증되기 전이라도 생활 화학제품 안전검증위원회를 열어 OIT가 포함된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판매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 같은 대처에 대해 소비자와 시민단체에선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이은 또 하나의 ‘뒷북 대책’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실제로 유해성 논란을 빚은 공기청정기를 몇 년 째 사용해 온 40대 주부 박모씨는 “필터에 해로운 성분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내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답답하다”며 “정부가 인체 피해 우려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명확히 설명을 하고 실제 피해자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공기청정기 필터의 유해성 논란이 있다면 지금처럼 리콜 같은 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태 써온 사람들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자 신고를 받고 상담소를 개설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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