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이 영국 금융관계자들의 맹비난을 받고 있다.

JP모건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수천명의 직원을 유럽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면서, 금융허브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런던의 노력에 찬 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계 은행 간부들 사이에서 JP모건의 ‘부정적이고 도움이 안 되는’ 태도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7월 초 20여명의 영국 은행권 경영자들이 영국은행가협회에서 회동을 갖고 브렉시트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 JP모건 등 글로벌은행의 “부정적인 발언”에 대한 우려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필립 해먼드 신임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글로벌 은행들이 런던시를 지지하기를 바란다”며 “런던 금융계가 뿌리째 뽑혀 진흙을 흘리며 EU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해먼드 신임 장관은 은행들이 부정적인 발언을 삼가하길 바란다며 금융권의 글로벌 은행에 대한 불만과 우려에 힘을 실어줬다.

글로벌 은행에 대한 영국의 비난은 JP모건에 집중되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4000여명의 런던 직원을 EU 도시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에도 이탈리아 언론을 통해 EU에 금융상품을 팔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EU로 “수천명의 직원을 이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JP모건은 이날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과 함께 런던이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서명했다. 이런 서명을 해놓고도 정작 다이먼 회장이 계속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자 영국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재무부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을 포함한 미국 4대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조지 오즈번 당시 재무장관과 함께 공동성명을 내고 “런던이 지속해서 국제금융을 주도하는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JP모건 회장이 이후에도 런던에 대해 비관적인 발언을 함에 따라 서명이 아무런 의미 없는 빈말이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 영국 은행권 간부는 “다이먼 회장의 발언은 우리의 목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지난 14일 JP모건의 실적발표 기자간담회에서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수익보다 영국 런던에서의 사업계획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FT에 따르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압박을 느낀 다이먼 회장은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런던과 전반적인 EU를 지지할 것”이라며 “직원 이전은 최악의 상황의 경우를 뜻한 것”이었다고 한 발짝 물러났다.

이어 “브렉시트의 영국경제 충격은 (예상했던 것만큼)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JP모건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핀토 JP모건 연구원은 “다이먼 회장은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며 “브렉시트로 인한 위험을 강조하려고 했지만, 막상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지 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런던의 미래에 대해 불투명한 ‘탈런던’ 입장을 밝힌 은행은 JP모건만은 아니다.

런던에 5000명의 직원을 둔 UBS투자은행의 안드레아 오르셀 대표는 지난 12일 “많은 수의 직원을 유럽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이동을 결정하게 되면 그 숫자는 “상당한 비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도 “브렉시트의 여파를 모두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일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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