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파이낸셜투데이=이태형 기자] 그룹 총수들은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상당히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28일 자산기준 5조원 이상 5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주식소유 현황 등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38개 재벌그룹 가운데 SK그룹과 삼성그룹은 총수 일가가 각각 0.79%, 0.99%의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 개인으로 보면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0.04%,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0.05%의 지분율로 그룹을 지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율도 0.54%에 불과했다.

이는 이번에 발표된 38개그룹 총수 일가의 평균 지분율 4.47%(총수 2.2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은 순환출자 등 계열사가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이용해 미미한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통제하고 있었다. 계열사 지분율도 지난해 43.58%에서 47.27%로 3.6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드러나 총수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열지 않은 채 그룹 지배력을 키웠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배구조 형태별로 다른 소유와 지배의 상관관계다. 지주회사 체제를 택한 재벌그룹들을 보면 총수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2.27%와 5.53%로,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재벌그룹의 총수와 총수 일가 지분율 2.21%, 3.97%보다 높다.

총수의 그룹 지배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내부지분율도 지주회사 체제를 택한 재벌그룹(58.52%)이 그렇지 않은 재벌그룹(52.18%)보다 높다. 이는 지배구조가 투명할수록 총수 일가가 더 많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곧 지배력도 더 강하다는 뜻이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수가 62개사로 지난해 조사(26개) 때보다 배 이상 많아졌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다른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줘 부를 대물림해왔던 사례들을 상기해보면 이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총수 일가 특정 계열사에 지분을 집중적으로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징후라고 의심하기 힘들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성과 태광 등 새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기업집단(재벌)에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가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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