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촌놈에서 메가뱅크 수장까지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함영주 은행장이 이끄는 KEB하나은행이 본격 출항을 알렸다. 함 행장의 별명은 ‘시골 촌놈.’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깡촌’에서 태어나 말단 은행원을 거쳐, 지금은 자산 약 300조원의 ‘메가뱅크’ 수장이 됐다. 금융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입지전적 인물이 된 함 행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구(舊) 하나·외환은행의 전산통합 작업을 최종 완료하고 공식 새 출발을 선언했다. 지난해 9월 KEB하나은행으로 통합 은행이 출범한 지 꼬박 9개월만이다.

KEB하나은행은 이번달 13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함 행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원뱅크, 뉴스타트(One Bank, New Start)’ 선언식 행사를 열었다.

함 행장은 인사말을 통해 “성공적인 전산통합으로 진정한 원 뱅크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며 “통합 시너지를 본격화하고 영업 경쟁력을 강화해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을 갖춘 진정한 리딩뱅크로서 대한민국 일등을 넘어 글로벌 일류은행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전산통합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고객들은 하나은행 영업점 933개를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KEB하나은행은 “모든 지점에서 하나은행의 강점인 자산관리와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국환, 수출입업무 등이 처리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이번달 초 전산통합 본이행 작업을 진행했다. 하나은행은 전산통합을 기점으로 ▲진정한 One Bank의 통합 시너지 본격화 ▲비대면 채널 영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진출 본격화 ▲리스크관리 강화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직원 간 교차발령과 노하유 공유를 통해 자산관리와 외국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 중국 현지법인 2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6개 지점을 연내 추가로 개설해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사진=KEB하나은행 <프로필> 1975년 강경상고 졸업 1980년 서울은행 입행 1985년 단국대 회계학과 학사 2002년 서울은행 수지지점장 2004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2005년 하나은행 가계영업추진부장 2006년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 2008년 하나은행 충남북지역본부장 2009년 하나은행 대전지역본부장 2013년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총괄 2015년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장 2015년 KEB하나은행장

◆‘충청맨’의 뚝심 통했다

함 후보의 별명은 ‘시골 촌놈’이다. 촌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시골사람으로 낮은 자세로 고객과 직원을 대하다보니 생긴 별명이다.

함 행장은 1956년 충남 부여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함 행장이 태어난 은산면은 그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전기가 들어온 곳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충남 논산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바로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은행에 다니면서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입행 이후 특유의 친화력과 성실함으로 영업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을,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이후에는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가계영업추진부 부장 등을 맡았다. 이어 남부지역본부장과 충청영업그룹 대표까지 꿰찼다.

덕장 스타일의 함 행장은 선후배들 사이에 적이 없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충청영업그룹 1000여명 직원의 이름과 생일, 신상과 애로사항을 일일이 기억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병가 중인 직원과 직원 가족의 환자까지 방문하는가 하면 직원들과 야간 산행을 함께한 뒤 직접 직원들의 발을 닦아주기도 했다.

함 행장이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의 첫 수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도,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서 결합 시너지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함 행장이 가지고 있는 조직 내 두터운 신망과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을 헤쳐 가며 살아온 인생 여정은 직원들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나게 됐다”며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열어 직원들을 챙기며 노력한 탓에 함 후보를 포용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으로 따르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 함영주(오른쪽) KEB하나은행장 등 임원진들이 올해 첫 출근일이었던 지난 1월 4일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6년 새해맞이 행사’에서 긴팔원숭이 인형을 착용하고 직원들을 맞이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격 인사’ 이끌어낸 리더십

함 행장은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손꼽힌다. 함 행장이 KEB하나은행장에 발탁된 것도 충청영업그룹 대표로 일할 당시 발군의 영업능력을 발휘한 점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시 ‘지역사랑통장’과 ‘1인 1통장·1사 1통장 갖기 운동’을 비롯, 지역밀착형 현장영업에 주력해 대전시 금고와 5개 구청의 금고를 석권하는 등 남다른 영업 수완을 보였다.

무엇보다 함 행장은 지난해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하나·외환 두 은행의 갈등을 봉합하는 일에 주력했다. 사회공헌문화부, 인재개발부, 커뮤니케이션부, IT통합추진부로 구성된 변화추진본부를 설치하고 화학적 통합으로 ‘원뱅크’를 만들어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함 행장은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적극 나섰다. 함 행장은 올해 초 행원 6명에게 ‘마케팅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책임자급으로 특별 승진시켰다. 승진 대상자 6명은 모두 여성으로 예금·신용카드 유치와 펀드·방카슈랑스 판매 등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렸다.

하나·외환銀 전산통합 ‘완료’…함영주號 본격 출항
전기도 안 들어오던 깡촌 출신이 은행장 되기까지
관행 깬 ‘깜짝 인사’…중요한 건 ‘연차’ 아닌 ‘능력’
‘전 직원 PB화+기업금융’전략, ‘영업통’ 신화 재현?

이 과정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12년 만에 과장으로 고속 승진한 ‘단순 계약직 아르바이트’ 출신 은행원의 성공 신화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대전 대흥동지점의 이모진 과장이다. 그가 하나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으로,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영업점에서 복사나 잔심부름을 하는 ‘기간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다. 싹싹한 성격과 꼼꼼한 일처리가 돋보이자 동료 직원들은 그에게 개인금융 전담 직원 시험에 응시하도록 권유했고 2003년 보란 듯이 합격했다.

그리고 지난해 다른 직원들보다 2배 이상으로 많은 568개의 예·적금 상품을 유치하는 등 탁월한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과장으로 승진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동기들보다 4, 5년 빠른 승진이고 개인금융 전담 직종에서 책임자를 맡는 게 드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직원들이 높은 성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함 행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행원이 책임자급으로 승진하려면 일정한 근무 기간을 채워야 했다. 이런 관행을 깨고 이 과장처럼 호봉에 상관없이 책임자로 특별 승진한 것은 은행 창립 이래 처음이다.

전체 은행권에서도 영업 실적만 가지고 일부 직원을 특별 승진시키는 일은 흔치 않은 만큼 말 그대로 ‘파격 인사’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원뱅크, 뉴스타트(One Bank, New Start)’ 선언식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트랙 전략’ 천명, 수익성 잡을까

내부 단속을 마치고 본격 출항에 나선 ‘함영주 호’의 다음 과제는 수익성 강화다. 통합으로 자산 규모는 국내 최대 은행으로 올라섰지만, 수익성은 아직 신한은행 등 경쟁사에 뒤지기 때문이다.

함 행장은 이를 위해 ‘기업금융’ 카드를 꺼내들었다. 함 행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전 직원의 프라이빗뱅커(PB)화를 통해 수익률 끌어올리기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운데 이어 올해는 기업금융 전문가를 전국에 배치해 기업에 대한 영업력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올해 초부터 창구, 지점 개편 등을 통해 영업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KEB하나은행의 ‘투트랙 전략’이 승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EB하나은행은 이번달을 기점으로 기업금융 전문가를 전국 영업점에 배치할 예정이다. 앞서 함 행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통합은행의 핵심 과제로 ‘영업력 강화’를 꼽은 바 있다.

자산관리에 강했던 하나은행의 장점을 살린 ‘전 지점의 PB화’를 실시했을 뿐 아니라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국환 분야’를 키우기 위해 태스크포스팀(TFT)도 마련했다.

함 행장은 전 직원의 ‘기업금융 전담역’화로 기업 금융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함 행장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마케팅그룹을 ‘리테일 고객 지원’과 ‘기업 고객 지원’으로 나눠 투트랙 전략을 예고하기도 했다.

함 행장은 리테일 영업 위주 점포에 기업 금융 전문가를 배치해 ‘협업’ 시너지를 내게 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 조직 내부에서는 최고의 영업통으로 불리는 만큼, 기업과 개인 고객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벗겠다는 취지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리테일 위주 점포에 기업 전문가들을 배치해 전 지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기업금융 전담역 등 조직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사진=픽사베이

함영주 행장이 간식 배달한 사연

직장인들에게 이번달 4일부터 현충일이었던 6일까지 이어진 ‘빨간 날’은 뜻밖의 황금연휴였다. 하지만 KEB하나은행 직원들은 예외였다.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연휴를 보냈다. 지난 4일 0시부터 7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된 옛 하나·외환은행의 전산 통합 작업이 진행된 까닭. 이는 통합 은행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이전까지 예전 하나은행 고객이 외환은행 영업점에서 금융거래를 하거나 외환은행 고객이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금융거래를 할 때 많은 제약이 있었다. 이번 전산 통합이 마무리되면서 KEB하나은행 고객들은 영업점 구분 없이 원하는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전산 통합 작업에 더욱 긴장감이 흘렀던 이유는 과거 하나금융그룹이 비슷한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전산 통합 과정에서는 각종 전산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하나금융그룹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수개월 동안 KEB하나은행 직원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영업점 문을 닫은 이후 밤늦게까지 전산 통합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의 새로운 전산 시스템은 수신·여신 업무 등은 예전 하나은행 시스템을, 외환·수출입 업무 등은 외환은행 시스템을 따른다.

이 기간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수시로 각 영업점을 방문, 간식과 함께 격려의 말을 전했다. KEB하나은행의 실질적인 화학적 통합과, 이를 이끌고 있는 함 행장에게 더욱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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