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재인수 눈앞에서 '적신호'… 백기사로 나설 재무적투자자에 관심집중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 =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공중분해 된 그룹을 재건하고자 긴 시간을 달려왔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다. 마지막 과제로 구상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난항을 겪게 됐다.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박삼구 회장은 오롯이 홀로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 ‘제3자 양도 불가’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최근 회의를 열어 “박 회장이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선매수청구권은 회사를 매각할 때 제3자가 회사를 인수하기 전 같은 조건으로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넘기고 금호타이어를 간접적으로 인수할 계획이었다.

◆사면초가에 놓인 박삼구식 해법은

박 회장과 장남 박세창 사장은 2010년 금호타이어가 채권단 손에 넘어갔을 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채권단과 박 회장이 맺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부여 약정서에는 “을(박삼구·박세창)의 권리는 갑(채권단)의 사전 서면 동의가 없는 한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없다”고 명시됐다. 문구를 반대로 해석하면 채권단이 사전 서면 동의할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이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당시 이 권한을 사용, SPC(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재계에서 투자자를 모집했고 7228억원의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최근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에 매각하고, 두 회사를 합병하기로 하는 등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여기에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는 금호고속 또한 합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3사가 합쳐져 새로운 지주회사가 만들어지면 박 회장이 받을 수 있는 배당이 높아져 자금 마련이 한층 수월해 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앞선 3월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업무를 맡은 전략경영실을 아시아나항공에서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으로 옮기고 박세창 사장을 금호산업 등기임원에 선임하기도 했다. 이는 박 회장이 최일선에서 금호타이어 인수를 진두지휘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채권단은 당초 약정대로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박 회장은 자기자본만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하게 됐다. 문제는 텅텅 비어버린 곳간에 채워 넣을 길이 막막한 주머니 사정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5000억원 규모의 빚을 떠안고 있으며, 이중 3300억원은 내년에 상환 만기가 도래한다. 또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사재 3300억원을 투입한 터라 현금이 없다. 이번 채권단의 결정으로 ‘마당발’로 불리는 박 회장의 인맥도 소용없게 됐다.

화려한 인수후보도 걸림돌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콘티넨탈AG와 인도 최대 타이어 제조사인 아폴로타이어, 일본 요코하마타이어 등이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 내 타이어업체와 국내외 사모펀드 등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우선매수청구권 ‘제3자 양도 불가’ 결정
글로벌 기업 ‘군침’에 치솟는 매각가 5천억→1조

유수의 글로벌 회사들이 금호타이어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의 탄탄한 입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2011년 리콜 사태로 중국 현지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는 위기도 있었지만 모터스포츠 태동기를 맞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CCTC((China Touring Car Championship, 차이나 투어링카 챔피언십) 전 차량에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등 탄탄한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한 때 25%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해외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설립 제한에 나선 점도 글로벌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노리는 이유 중 하나다.

금호타이어는 상하이의 판매법인을 비롯해 중국 난징, 톈진, 창춘 등에 공장 4곳을 운영 중이다. 추가 공장 설립이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은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아야지만 원활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독일 보쉬, 일본 덴소, 캐나다 마그나와 함께 글로벌 ‘빅4’ 자동차부품사로 꼽히는 독일 콘티넨탈AG다. 콘티넨탈AG는 최근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여를 위해 한국 재무적 투자자와 인수금융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에 따르면 콘티넨탈AG는 금호타이어 인수가로 주당 1만3000원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이 42.1%(약 6600만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매각가는 8600억원에 달한다. 인수경쟁이 치열해지면 매각 가격이 1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결국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기 위해서는 1조원에 가까운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창업초심의 꿈, 물 건너갔나

금호타이어 인수는 박 회장의 숙원인 그룹재건의 마지막 퍼즐이다. 201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방침은 ‘창업초심’이다. 1946년 택시 2대로 사업을 시작했던 시절처럼 그룹 재건에 온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관. 사진=뉴시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업자 고(故) 박인천 회장이 1946년 택시 2대로 창업한 광주택시(현 금호고속)를 모태로 한다.

1948년 광주여객을 세워 버스운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여객사업에 필요한 타이어를 직접 공급하기 위해 1960년 금호타이어를 설립했다.

설립 5년 만에 KS마크를 획득한 금호타이어는 놀라운 속도로 번창해 나갔고 1972년 지주회사인 금호실업을 세웠다.

사세는 확장일로를 걸었다. 1973년 6개였던 계열사는 4년 만인 1977년 12개로 늘어났다.

1984년 박인천 회장이 타계하고 2대 회장에 취임한 장남 故 박성용 전 명예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출범시키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국제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박 전 명예회장은 1996년 동생 故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고, 박 전 회장이 지난 2002년 폐암으로 타계하면서 박삼구 당시 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올랐다.

박 회장은 취임 1년 만인 2003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해 온 구조조정을 완료해 리더십을 입증했으나 무분별한 사세 확장에 나서면서 그룹 분해의 주범이 됐다.

박 회장은 창립 60주년을 맞은 2006년 사세 확장을 위해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2년 뒤인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순위는 7위까지 뛰어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친 후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6조원을 넘게 주고 인수한 대우건설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급히 매물로 내놨지만 제 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박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박 회장은 2009년 동생을 해임하고 자신도 그룹 총수자리에서 내려왔다. 그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퇴임 1년 만인 2010년 박 회장은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전문경영인으로 복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위기 극복을 위해 2010년 대우건설과 금호렌터카를 매각한 데 이어 2011년 대한통운, 2012년 금호고속을 차례로 매각했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에 매진했다. 첫 목표는 금호산업 되찾기였다. 금호산업 지분 57.6%를 보유한 채권단은 2014년 말 이 중 50%+1주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졸업을 결정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과의 협상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주당 5만9000원(1조원)을 제시했지만, 박 회장은 주당 4만1213원(7228억원)에 지분을 되찾았다.

빚만 산더미, 자금 마련 골머리
업계 “사실상 힘들 것” 묘수있나?

이제 남은 과제는 금호타이어의 재인수 성공이다. 채권단의 우선매수청구권 제3자 양도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 재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만큼 금호타이어 재인수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의 의견은 이번만큼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한 시장이 관심이 뜨거워짐에 따라 높아져만 가는 예상 매각가가 박 회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

◆박 회장, 막판뒤집기 묘수는

이에 박회장의 막판뒤집기 묘수가 무엇인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앞서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인수에 성공한 만큼 박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컨소시엄을 갖춰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와 협력할 재무적 투자자로는 국내 완성차업계가 유력하다.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가 대표적이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백기사로 나설 기업은 현대차그룹으로 손 꼽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이 고등학교 동문으로 재계에서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왔음을 볼때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또한 채권단이 입장을 번복하는 데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예상보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이거나 국내 기업이 외국기업에 팔려나가는 것에 대한 반발에 부딪히면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것을 승인할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막바지 실사 작업이 한창이다. 채권단은 6월 중으로 실사를 마무리 짓고 주주협의회를 거쳐 늦어도 7월 중에 매각공고를 낼 방침이다.

채권단의 요구로 회사에 복귀한 뒤 6년이라는 시간동안 옛 영광의 재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박 회장이 뜻하지 않게 마주친 암초를 넘어서서 마지막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호아시아사그룹 재건 일지>

▲2006.11 대우건설 인수

▲2008.03 대한통운 인수

▲2009.06 대우건설 재매각 발표

▲2009.07 박찬구 회장 해임, 박삼구 회장 퇴임

▲2009.12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신청

▲2010.03 금호렌터카 매각

▲2010.10 박삼구 회장 그룹 회장으로 복귀

▲2011.07 대한통운 재매각

▲2012.06 금호고속 매각

▲2014.10 금호산업 조건부 워크아웃 졸업

▲2014.12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졸업

▲2015.05 금호고속 재인수

▲2015.12 금호산업 재인수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