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 살자고 배 버린 ‘無개념’ 선장

▲ 최은영 前 한진해운 회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유진 기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위험에 빠진 회사를 내팽개치고 본인의 이익만 챙겨 달아난 행태를 두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 전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자신과 두 딸이 가지고 있던 한진해운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벼랑 끝에 선 회사 뒤로 하고 자신의 마지막 이익만 고스란히 챙겨 나가는 경영자의 모습은 ‘모럴헤저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먹튀’ 논란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전 회장과 두 딸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 직전인 지난달 6일부터 20일까지 총 18회에 걸쳐 보유 주식 96만7927주를 모두 팔아치웠다. 이는 한진해운 지분의 0.39%에 해당하며 주식 가치로는 약 31억원 어치다.

문제는 최 전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몇일 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소식이 알려졌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26일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최 전 회장이 자율협약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 일가는 한진해운의 지분을 일찍 매각하면서 추가적인 손실을 피한 것은 사실이다. 최 전 회장과 두 딸이 주식 매각을 끝낸 지난달 20일 한진해운의 주가는 3030원이었지만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6일 주가는 1900원으로 37.3% 폭락했다.

회사는 업계불황, 경영악화에 ‘휘청휘청’
수장은 31억원 주머니에 넣고 ‘새 출발’

최 전 회장 측은 지분 매각 시기가 우연히 자율협약과 맞물렸을 뿐 미공개 자료를 이용해 이익을 취득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 전 회장은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별세한 뒤 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내려고 대출을 받았는데 이를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한 것”이라며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미리 알았으면 지난달 지분 매각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최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판 정황이 포착되면서 비난의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 11일 최 전 회장의사무실과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회장이 지난달 지인으로부터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이고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최 전 회장의 휴대전화를 대검찰청 산하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맡겨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는 전언이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한진해운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인 것으로 전해졌다.

◆커지는 의혹

실제로 꾸준히 지분을 매각해왔다는 최 전 회장의 말과는 달리 지분 매각은 자율협약 때 집중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약 9개월간 없었던 주식 거래가 지난달 보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한편 산업은행 등 7개 채권 금융기관은 한진해운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29일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조건부 자율협약을 안건으로 올렸다. 한진해운도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조정 등에 나설 계획이다.

그녀의 ‘金수저’ 가계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전업주부로 지내다 하루아침에 한 회사의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최 전 회장의 남편은 한진그룹의 창업주이자 한진해운을 창립한 조중훈 회장의 삼남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다.

조수호 전 회장은 2002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형제들과 한진그룹의 계열사를 나눠가지며 한진해운을 맡게 됐다. 하지만 조수호 전 회장마저 폐암으로 사망하자 한진해운의 경영권은 아내인 최은영 전 회장에게 넘어갔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던 최 전 회장은 2007년 갑자기 한진해운의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최 전 회장의 ‘억’소리 나는 인맥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 전 회장은 롯데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최현열 CY그룹 명예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바로 최 전 회장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인 한진그룹과 롯데그룹이 최 전 회장을 중심에 두고 얽혀 있는 셈이다. 최 전 회장은 외사촌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외삼촌이 신춘호 농심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인 이른바 ‘금수저 가계도’를 소유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경영권이 넘어간 것도 최 전 회장의 시아주버니이기에 가능했다. 경영이 악화되자 최 전 회장은 시댁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긴 최은영 전 회장은 ‘알짜’ 계열사만 챙겨 나와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이름만 바꿔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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