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배당의 1/3 일본으로…기부금은 ‘쥐꼬리’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한국 ‘토종기업’이라 자칭하던 다이소아성산업의 정체성이 도마에 올랐다.

다이소 일본 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송금하면서도, 국내 사회 환원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기자들까지 모아 놓고 “다이소아성산업은 한국 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박정부 회장의 말과는 다른 속사정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속일 수 없는 태생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다이소아성산업은 지난해와 2014년 각각 51억3150만원씩 총 102억6300만원을 일본 법인인 다이소(大創·대창)산업에 지급했다.

이같은 배당금 규모는 같은기간 다이소아성산업의 전체 이익배당의 1/3이 넘는다. 즉, 다이소아성산업이 주주들에게 나눠준 이익 중 상당액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지난해와 2014년 일본 다이소산업이 가져간 배당금은 다이소아성산업의 전체 배당 300억원 중 34.21%에 이른다.

다이소아성산업은 박정부 회장이 대표로 있는 한일맨파워와 일본 최대 균일가 상품 유통회사인 일본 다이소산업이 2002년 합작해 만든 회사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다이소산업은 다이소아성산업에 대한 지분율 34.21%를 유지하고 있다. 즉, 이같은 상황이 유지되는 한 언제든 다이소아성산업에서 배당이 이뤄진다면 지분율에 따라 거액의 배당금이 일본국 법인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다이소아성산업이 국내에 쓴 기부금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다이소아성산업은 지난해 기부금으로 1억2064만원을 지출했다. 다이소아성산업이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쥐꼬리’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마저도 2014년(1억4088만원) 대비 14.4% 줄어든 것이다.

◆“대한민국”만 반복

이같은 최근 행보는 박 회장이 “다이소아성산업은 한국 토종 기업”이라고 강조했던 말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한국 법인인 한일맨파워가 지분의 절반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1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일본 법인에 내 주고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는 인색한 모습에 정체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2014년 말 다이소아성산업이 일본기업이라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토종”이라며 “일본 다이소와는 선의의 경쟁 관계”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박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법인이 경영에 간섭하고 있지 않지만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측 지분을 인수하거나 브랜드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했었다”며 “그러나 일본의 상품 출시 능력 등은 배워야 하기 때문에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다이소아성산업 측은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이소아성산업 관계자는 “지분구조를 봐도 다이소아성산업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일본법인의 지분은 단순히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부금의 경우 2015년보다 2014년에 더욱 다양한 활동의 기부가 이뤄졌기 때문에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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