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향한 대학의 노력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전국 유명 대학교에는 기업의 이름을 달고 있는 건물들이 하나씩은 있다. 기업들이 기부와 이미지제고, 홍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하거나 직접 지어주는 조건으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대학교 입장에서도 새 건물을 증축하는 데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어 ‘윈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들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해당학교 관계자나 일부 학생들만이 알고 있을 뿐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대학과 기업의 ‘합작’ 건축물들을 직접 찾아가 어떠한 사연이 있는지 알아봤다. 두 번째 주인공은 지난호에서 모두 다루지 못했던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다.

서울대학교의 캠퍼스 크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 번에 다 돌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 달 전 방문 때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연구동’을 시작으로 두산인문관까지 6개의 건물의 취재를 마쳤지만 아직도 8개의 건물이 남아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자료를 정리하고 지난 6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를 재방문했다.

기자는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서울대학교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4번 출구에서 100m남짓 떨어진 곳에 ‘서울대학교 셔틀버스’라고 쓰여 있는 철제 푯말이 보였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서둘러 정류장 쪽으로 몸을 옮겼다.

얼마 전 개강을 한 터라 정류장에는 캠퍼스로 향하는 많은 학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다시 학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곧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 열손가락 모자랄 정도

서울대에는 ‘SK경영관’과 ‘LG경영관’, ‘포스코스포츠센터’, ‘CJ인터내셔널 센터’, ‘롯데국제교육관’ 등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건립된 건물들이 즐비하다. 기자는 버스에서 내려 캠퍼스 안내판 앞으로 다가갔고 사전에 조사해온 리스트와 비교해 동선을 짰다.

▲ IBK커뮤니케이션센터.

버스에서 내려 정문을 기점으로 제일 가까운 ‘IBK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첫 방문지로 선택하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정문에서 북쪽으로 300m정도를 이동하자 아름다운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상에는 조그마한 건물로 표기돼 있어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특이한 외형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IBK커뮤니케이션센터’는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소통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 목적으로 2013년 7월에 착공해 2014년 4월 완공된 건물이다. 이 건물은 연면적 3300㎡에 지상 5층 규모로 대운동장 동쪽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IBK기업은행이 50억원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부담했다. 건물 내부에는 강의실뿐만 아니라 미디어 관련 기술실험실, 콘텐츠 제작용 작업실, 디지털 컨퍼런스 홀, 100석 규모의 소극장, 다용도 스튜디오, 동아리방 등의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1층에는 서울대 학생들의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IBK기업은행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도 들어서 있다.

아름다운 외형, 독특한 인테리어…‘팔방미인’
‘와’ 소리 나는 규모, ‘억’ 소리 나는 ‘이용료’

IBK커뮤니케이션센터의 디자인은 관악캠퍼스 안에 있는 건물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수려했다. 외관은 콘크리트와 목조, 유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세련된 멋이 느껴졌다. 내부에는 서울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조형물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방문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IBK커뮤니케이션센터는 ‘창업센터’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창업의 꿈을 가진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건립 당시 박명진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서울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면 학교 외부와의 소통이 급선무인데 이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센터 건립은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제도와 프로그램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IBK커뮤니케이션센터를 뒤로한 채 대운동장을 지나 ‘포스코스포츠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롯데국제관에서 체육관 쪽으로 시선을 이동하니 커다란 원통 모양의 철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 취재한 연세대학교의 포스코브릿지와 마찬가지로 철과 유리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모양이었다.

▲ 포스코스포츠센터.

포스코스포츠센터는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스포츠 생활화와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으로 1999년 2월에 착공해 2001년 9월 개관했다. 이 건물은 연면적 6179㎡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종합체육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포스코가 100억원을 기부 채납형식으로 부담했고 시공도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건물내부에는 수영장과 체력단련장, 실내골프장, 스쿼시장, 라켓볼장, 다목적 체련장 등의 체육시설과 샤워실, 사우나, 스포츠 용품점, 스포츠카페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지어진 포스코스포츠센터지만 최근 높은 이용료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논란이 된 부문은 수영장인데 일일 이용 요금이 5500원으로 카이스트(1000원)와 연세대학교(3000원), 홍익대학교(5200원)등 타 학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학생들의 반발로 2014년 9월 1000원을 인하한 결과다. 거액의 대관료도 논란이 일었다. 포스코스포츠센터는 외부는 물론 학내 구성원에게도 150만원의 대관료를 책정해 왔다. 올림픽수영장의 평일 대관료가 8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영리 교육 시설치고는 비싼 편에 속한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포스코스포츠센터의 비싼 이용료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서울 대학교 구성원을 위한 시설인 만큼 지금보다 저렴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 대림국제관.

◆긴 역사를 가진 건물

대림산업도 서울대학교 건물에 이름을 남겼다. 바로 ‘대림국제관’이 그 주인공이다.

대림국제관은 국제교류 활성화 및 국제적 이미지 제고를 목적으로 2010년 4월에 준공됐다. 이 건물은 연면적 5307㎡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롯데국제관’과 ‘CJ인터네셔널센터’, 언어교육원 등과 함께 ‘서울대학교 글로벌존(Global Zone)’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대림건설이 50억원을 기부 채납형식으로 부담했다. 건물내부에는 국제 세미나실과 외국어 강의실,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대림국제관의 외관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판교 테크노벨리’의 건물을 연상케 했다. 직선으로 이뤄진 건물은 도시적인 느낌을 받았고, 앞마당에는 나무와 정원석들이 어우러져 상쾌함을 느끼게 했다.

대림국제관은 현재 80여개국의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익히는 ‘교육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 취재 당일에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준공 당시 이장무 서울대학교 총장은 “대림국제관의 개관으로 서울대는 언어교육원과 대외협력본부, 롯데국제관을 아우르는 국제화 구역(International Zone)이 완성됐다”며 “국제화 구역이 관련 기관들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외국인 학생과 교수진을 위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국제화 터전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 SK경영관.

대림국제관에서 동쪽으로 눈을 돌리자 붉은색 건물이 보였다. 바로 SK경영관이었다. SK경영관은 올바른 경영인 양성을 목표로 1990년 10월에 준공됐다. 이 건물은 연면적 1만876㎡에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센터’ 길건너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SK그룹이 54억원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부담했고 시공도 SK건설이 맡았다. 건물 내부에는 강의실과 교수 연구실, 세미나실, 컴퓨터실, 자료실, 동시 통역실, 은행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SK경영관은 기업의 기부로 지어진 서울대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준공년도가 1990년이니 25년이 넘은 셈이다. 이런 연유인지 건물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벽에는 넝쿨나무가 무성했고, 외관 자체도 많이 노후화된 모습이었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낙후된 편이였다. 또 최근에 지어진 건물과 달리 난방에 취약해 꽤 서늘했다.

SK경영관 VS LG경영관…건물도 ‘라이벌열전’
명문대에 앞 다퉈 지은 기업들의 ‘연구시설’

하지만 누추한 모습과 달리 그 어떤 건물보다 학생들의 생기는 넘쳐흘렀다. 실제 취재 당일에도 1층 로비는 취업설명회 관계자들이 학생들을 안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또 로비 중앙에 있는 수많은 기부자 명단은 SK경영관의 오랜 역사를 반증하고 있었다. 현재 SK경영관은 경영학부 학생들의 배움터로 활용되고 있다.

▲ LG경영관.

SK경영관 맞은편에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LG경영관이 우뚝서있었다. LG경영관은 바람직한 경영인 양성을 목적으로 1998년 3월 준공된 건물이다. 이 건물은 연면적 6760㎡에 지하 1층, 지상10층 규모로 SK경영관과 박물관 사이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LG연암문화재단이 88억원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전액 부담했다. 시공은 LG건설에서 맡았다. 건물 내부에는 동시통역설비를 갖춘 화상 강의실과 세미나실, 각종 연구소 및 연구시설이 들어서 있다.

현재 LG경영관은 ‘경영학 석사’과정인 MBA과정을 이수하는 경영대학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기부활동

취재 끝무렵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경영대학에 붙어있는 ‘동원생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의 그 ‘동원’이다.

동원생활관은 서울대 구성원의 복지시설 확충을 목적으로 1996년 완공된 생활복지시설이다. 이 건

▲ LG연구동.

물은 연면적 2479㎡에 지상 3층 규모로 SK경영관 동쪽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30억원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부담했다. 건물내부에는 학생식당과 교수식당 등 대형식당을 비롯해 패스트푸드 매점과 회의실, 음악감상실, 휴게실 등이 들어서 있다.

동원그룹은 동원생활관 말고도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쳐왔다. 1997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6000명이 넘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1980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비 지원을 시초로 고려대와 연세대, 전남대, 부경대, 조선대 등 전국 각지의 대학교 및 연구기관도 후원해오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대학교에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호를 딴 ‘호암생활관’과 삼성전자연구소, SK텔레콤 연구동, LG 연구동, 코웨이R&D센터, 국제백신연구소 등 각종 기업들의 연구시설들이 관악캠퍼스 서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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