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사랑으로 이룬 가족”

[파이낸셜투데이=안혜정 기자] 국내 입양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제정된 입양의 날이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입양에 대한 많은 이들의 인식도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거나, 불편한 시선으로 받아들이는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공개입양을 실천하고 사회적 편견을 불식시키고자 노력하는 입양가정이 있다고 한다. 바로 홀트한사랑회 소속 강은미(41·여)씨 가족이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지난 5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강은미씨 가정을 방문해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들어봤다.

입양에 대한 편견과 불편한 시선에도 공개입양을 실천하는 가정
사랑으로 낳은 아이들과 아웅다웅... “가족이 늘어서 좋아요”

홀트한사랑회 소속 강은미씨는 홀트아동복지회의 소개로 큰 딸 다녕(9)양과 작은딸 다윤(5)양을 각각 2003년과 2007년도에 입양을 했다. 당시 둘 다 생후 1개월 된 영아였다. 강씨는 슬하에 첫째 아들 수환(16)군이 있었는데도 두 딸을 입양했다.

입양으로 달라진 삶

강씨가 두 딸을 입양하게 된 계기는 그녀의 남편이 있었다. 강씨는 남편 송종우(46)씨와 결혼하기 전에도 지나가는 말로 하나는 입양하자고 남편과 약속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아들 수환을 낳고 나서 몸이 안 좋아 한동안 입양에 대해 잊고 있다가 아들이 8세가 됐을 때 육아에 대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강씨는 곧 둘째를 갖고 싶어졌고 예전에 남편과 약속한 입양을 생각하게 됐다.

강씨는 일단 슬하에 아들이 있으니 딸을 입양하기로 남편과 의논을 했다. 처음엔 친정어머니가 누구 핏줄인지도 모른다며 반대도 했지만 다녕이를 처음보고는 언제 그랬냐 싶게 예뻐하셨다.

“어머니가 다녕이를 예뻐하시는 것을 보고 자신감도 생기고, 자매가 있으면 서로 의지가 되겠다 싶어서 다윤이도 입양했다”라며 두 번째 딸의 입양동기를 밝혔다.

두 아이를 입양한 후 강씨는 물론 그 주위 사람들까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심지어 강씨의 이모는 “입양을 안했으면 뭐하고 살 뻔했어?”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강씨는 “처음에는 입양한 내 아이만 내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시설(홀트아동복지회)에 있는 다른 아이들도 역시 내 아이들처럼 생각됐다”며 “그 아이들도 빨리 가정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아직 흔하지 않은 ‘공개’입양

강씨가 첫째 딸을 가족으로 맞은 지 햇수로 어느덧 9년이 됐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세상도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입양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가정이 주위에 많지는 않다.

예를 들어 홀트아동복지회을 통해 입양을 소개받은 입양가족모임 홀트한사랑회에는 2700여 가정이 남짓 가입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족캠프를 가게 되면 지원자가 50가정 정도 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얼굴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그 50가정 중에서도 적극 공개를 하는 가정은 10가정도 안 된다. 공개 중에는 부분공개라고 하는 ‘아이에게는 알리되 주위에게는 알리기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씨가 공개적으로 입양을 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짜피 얘기할 거면 미리 하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비밀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리고 다윤이를 처음 입양했을 때 다녕이가 이미 커서 셋째입양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나이였다” 고 설명했다.

강씨는 입양경험자들끼리 결성한 입양가족모임에 빠짐없이 참석을 하는데 그 곳에서 만난 먼저 입양한 부모의 말에 의하면 “사실을 일찍 들을수록 상처를 극복할 시기도 짧아진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시기건 간에 입양에 대한 모든 걸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나이는 없다고 느낀 강씨는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입양사실 공개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입양은 사랑으로 낳은 아이들”

이렇듯 용감하고 긍정적인 입양맘 강씨이지만 아이에게 처음으로 입양 사실을 밝혔을 당시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한 번은 강씨가 입양가정 모임에 나갔는데, 입양을 먼저 한 분이 “아이에게 입양사실을 공개를 할 때 엄마가 먼저 연습이 돼야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아이의 입양에 대한 첫인상이 엄마에게서 오기 때문에 엄마가 감정에 휘둘려 울게되면 아이가 충격을 받고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강씨는 “입양하기 전부터 ‘언젠가는 아이에게 입양사실을 얘기해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얘기하는 연습을 하면서 계속 눈물이 나서 거울을 보고 혼자 약 3년간 연습을 했다”면서 “그 후 아이 눈을 바라 보고 얘기해도 눈물이 안났다. 다섯 살 아이가 뭘 알까 싶었는데 입양사실을 말하는 날 아이가 울었다. 그 뒤로 결국 1년 동안 ‘입양’ 얘기만 나오면 끌어안고 같이 울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이렇듯 남모르게 가슴앓이를 한 경험도 있지만 강씨는 “항상 가족이 늘어나서 좋다”는 생각뿐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강씨에게 “대단하다”며 “내 자식도 못 키우는데 남의 자식을 어떻게 키우냐”고들 하지만 그때마다 강씨는 “그런 소리 마라”면서 “이 아이들도 내 아이들이라서 키우는 것이다. 가족을 이루는 데는 결혼과 출산 그리고 입양이라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입양은 배로 낳은 게 아니더라도 사랑으로 낳은 아이들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강씨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니다. 강씨는 “큰 아들 수환이도 그렇지만 입양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성과 이타심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더 많은 가정이 입양을 통해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고 밝혔다.

홀트한사랑회는....

입양문화의 정착을 위해 설립된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아이를 입양 받은 가정들끼리 모여서 만든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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