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와 규모 모두 ‘1등’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전국 유명 대학교에는 기업의 이름을 달고 있는 건물들이 하나씩은 있다. 기업들이 기부와 이미지제고, 홍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하거나 직접 지어주는 조건으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대학교 입장에서도 새 건물을 증축하는 데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어 ‘윈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들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해당학교 관계자나 일부 학생들만이 알고 있을 뿐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대학과 기업의 ‘합작’ 건축물들을 직접 찾아가 어떠한 사연이 있는지 알아봤다. 두 번째 주인공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다.

지난 8일 늦은 오전 기자는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서울대학교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4번 출구에서 100m남짓 떨어진 곳에 ‘서울대학교 셔틀버스’라고 쓰여 있는 철제 푯말이 보였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서둘러 정류장 쪽으로 몸을 옮겼다.

얼마 전 개강을 한 터라 정류장에는 캠퍼스로 향하는 많은 학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다시 학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곧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 열손가락 모자랄 정도

서울대에는 ‘SK경영관’과 ‘LG경영관’, ‘포스코스포츠센터’, ‘CJ인터내셔널 센터’, ‘롯데국제교육관’ 등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건립된 건물들이 즐비하다. 기자는 버스에서 내려 캠퍼스 안내판 앞으로 다가갔고 사전에 조사해온 리스트와 비교해 동선을 짰다.

버스의 종착지였던 행정관을 기점으로 제일 가까운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연구동’을 첫 방문지로 선택하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행정관에서 동쪽으로 300m정도를 이동하자 농생명과학대학 건물이 보였다. 지도상으로 농생명과학대학 옆에 위치했던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연구동.’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평범한 외관 때문에 주변을 한참 헤멘 뒤 찾을 수 있었다.

▲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연구동.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연구동’은 자연과학대학과 농업과학대학의 공동 연구 및 SPC그룹과의 산·학 협력 연구를 진행할 목적으로 2009년 11월 완공된 건물이다. 이 연구동은 연면적 7370㎡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자연과학대학 사이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SPC그룹이 기부한 45억원과 허영인 SPC 회장이 사재로 기부한 5억원, 기초과학발전을 위해 모금된 기부금 28억원 등 총 78억원이 투입됐다. 건물 내부에는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과 세미나실, 식물·식품관련 연구소, 자가 품질 위탁검사기관 등의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SPC와 관련한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중 제일 눈에 띄는 곳은 ‘허영인 세미나’실로 연구동 건립 당시 사재를 출연한 허 회장의 뜻을 기린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다. 또 5층에는 SPC그룹 식품 생명공학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는데 SPC그룹에서 생산하는 식품품질을 검사하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회장님의 흔적 남기기 노력…기념 세미나실
평범한 외형, 웅장한 인테리어…‘반전매력’

서울대 관계자는 “두 단과대학과 기업의 공동 연구를 위해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연구동’을 건립했다”며 “기업과 대학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연구동’에서의 취재를 마친 뒤 정문 근처에 있는 ‘CJ인터내셔널센터’로 자리를 이동했다. ‘CJ인터내셔널센터’는 정문에서 서쪽방향으로 150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CJ인터내셔널센터’를 시작으로 ‘롯데국제교육관’과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 센터’, ‘CJ어학관’ 등은 모두 ‘글로벌존’이라 불리는 구역에 속해 있다. 서울대가 국제화의 기반을 닦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조성한 것이다.

▲ CJ인터내셔널 센터.

‘CJ인터내셔널센터’는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생활 편의를 목적으로 2005년 6월에 착공해 2006년 7월에 완공했다. 이 건물은 연면적 242㎡에 지상 2층 규모로 ‘롯데국제교육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내부 시설로는 대회의실과 도서열람실, 학생 상담실, 각종 국제행사를 위한 전문 위원실 등이 들어서 있다. 공사비용은 CJ가 34억5000만원을 기부해 전액 충당했다.

‘CJ인터네셔널센터’의 첫 인상은 세련된 카페를 보는 듯 했다. 특히 우거진 나무사이로 보이는 센터의 모습은 꽤나 아름다웠다. 현재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상담센터와 친목교류 공간, 동아리방 등 생활 편의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으며 국제적 학술교류 행사 개최와 해외대학 귀빈 접견 등 국제교류의 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은 개관식사를 통해 “서울대에서 12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수학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행정 편의를 제공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건립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모양도 각양각색

‘CJ인터내셔널센터’의 수려한 모습을 뒤로한 채 바로 옆에 있는 ‘롯데국제교육관’으로 이동했다.

▲ 롯데국제교육관.

‘롯데국제교육관’은 서울대가 추진 중인 국제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립된 건물로 2008년 8월 착공해 2009년 6월에 완공됐다.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았다. 이 건물은 연면적 5280㎡에 지상 6층 규모로 ‘CJ인터네셔널센터’와 ‘종합체육관’ 사이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롯데장학재단에서 재단 설립 25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70억원 전액 출연했다.

현재 ‘롯데국제교육관’은 서울대 재학생들의 취업과 관련된 세미나와 기업 설명회 개최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반증 하듯 건물 2층에는 잡카

▲ 롯데국제교육관 내부.

페와 글로벌커리어개발실, 글로벌취업지원실, 세미나실 등이 밀집해 있다. 기자가 방문한 당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생명의 취업설명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또 로비에는 수많은 취업관련 팜플릿들도 마련돼 있었다.

롯데국제교육관의 외관 디자인은 일반 건물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내부 디자인의 첫 인상은 영등포에 있는 ‘타임스퀘어’를 연상케 했다. 로비에서 시선을 위로 향하니 중앙은 천장까지 개방돼 있었고 양쪽 구역을 이동할 수 있는 다리가 보였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완전히 오픈돼 신비로운 느낌까지 받았다.

롯데장학재단 관계자는 “롯데국제교육관이 서울대가 세계적 일류대학의 면모를 갖추는데 작은 밑거름이 돼 세계의 석학과 우수학생들을 유치하는 사업에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롯데국제교육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맞은편에 있는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센터’로 자리를 이동했다.

지어준 건물마다 ‘우정’ 붙이는 부영그룹
선친부터 이어진 끈끈한 인연…‘두산인문관’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센터’는 서울대의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 센터.

국제적인 수준에서 연구하기 위해 2012년 5월 착공해 2013년 6월 완공했다. 이 건물은 연면적 6600㎡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CJ어학관과 CJ인터네셔널 센터 사이에 위치해 있다. 내부 시설로는 사회공헌 교육프로그램실과 기념홀, 국제 컨퍼런스 룸, 화상 세미나실, 회의실, 센터 운영실 등을 갖췄다. 공사비용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10억원을 기부해 전액 충당했다.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 센터’의 ‘우정’은 이 회장의 아호인 ‘우정’에서 따온 것으로 부영그룹의 기부를 통해 지어진 건물들은 대부분 포함돼 있다. 교육시설인 우정학사와 연세대 기숙사 건물로 사용되는 우정원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센터를 통해 구성원의 참여 확대를 통한 사회적 책무성을 증진할 것”이라며 “사회공헌 활동의 해외 확장과 참된 글로벌 청년 리더 육성, 글로벌 인적자원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 CJ어학관.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 센터’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CJ의 기부를 받은 건물이 하나 더 나타난다. 바로 ‘CJ어학관’이다.

‘CJ어학관’은 서울대가 주관하는 공인 영어시험인 TEPS 관리와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 등을 목적으로 2002년 9월 완공됐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대림국제관’과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센터’ 사이에 위치해 있다. 공사비용은 CJ인터내셔널 센터와 마찬가지로 CJ가 22억원을 기부를 통해 출연했고, 서울대발전기금에서 6억원을 보탰다.

◆ 대대로 이어진 전통

▲ 두산인문관.

‘CJ어학관’을 뒤로한 채 ‘두산인문관’이 있는 인문대학 쪽으로 이동했다. 두산인문관은 출발지였던 행정관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왔던 만큼 되돌아간 셈이 돼버렸다. 10분 남짓을 걸은 뒤에야 겨우 ‘두산인문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산인문관’은 서울대의 인문관 리모델링 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 3월 착공해 2012년 2월 완공했다. 이 건물은 연면적 3624㎡에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인문대학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내부시설로는 다수의 강의실과 세미나실,

▲ 연강기념관터 안내 푯말.

교수 연구실 등을 갖추고 있다. 공사비용은 두산그룹이 50억원을 기부를 통해 전액 충당했다.

본래 ‘두산인문관’이 위치한 곳에는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을 기리기 위한 ‘연강기념관’이 있었던 자리다. 연강기념관은 서울대학교 초대 동창회장이었던 故 박 회장의 유지에 따라 두산그룹이 1974년 설립·기증한 것이다. 이러한 흔적은 故 박 회장의 호를 따온 ‘연강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건립당시 두산그룹 회장이었던 박용현 회장은 “박두병 초대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재건축을 통해 건물을 다시 기증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학생들이 이 건물에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 동량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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