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과거 음원시장의 선구자였던 소리바다와 벅스. ‘음반’에 익숙하던 시절 ‘무료 음원’을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단번에 가져온 그들이었지만 각종 제제와 저작권 시비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 소리바다와 벅스는 짧았던 봄날을 뒤로하고 겨우 명맥만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소리바다가 중국기업에 경영권을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회사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한 때 국내 시장을 호령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 고난의 행군

소리바다는 국내 1세대 음원서비스 업체다. 2000년 양정환·일환 형제가 ‘소리바다’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MP3파일 P2P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시초로 한다. 당시에는 음악 감상을 위한 선택지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음반(CD)을 구입하거나 음반에 저장된 노래를 컴퓨터로 일일이 전환해 MP3로 듣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 때문에 개인과 개인이 음원을 교류할 수 있게 한 소리바다의 등장은 음반시장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음반시장은 빠르게 몰락하기 시작했고, 시장의 중심은 자연스레 음원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소리바다의 ‘리즈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제는 저작권이었다. 음반제작자들은 2001년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이때부터 소리바다의 기나긴 ‘가처분 역사’가 시작 됐다.

2001년 법원은 음반제작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소리바다 서비스가 파일 전송과 음악파일 검색 등을 자체 서버가 담당했다는 점을 근거로 음원 불법 유통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소리바다 측은 서비스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고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1년 뒤인 2002년에 ‘소리바다2’를 출시했다.

소리바다2는 이전의 서비스와 달리 자체 서버가 아닌 일부 이용자의 컴퓨터를 서버로 이용하는 ‘슈퍼피어’ 방식으로 운영됐다. 소리바다2를 고소할 수 있는 명분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음반제작자들의 타깃이 네티즌으로 향한 이유다.

이후 2004년 소리바다는 음반사들과 적극적으로 합의한 끝에 ‘소리바다3’를 출시했다. 완전무류였던 서비스를 부분유료화로 전환했으며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한 파일 수에 제한을 걸었다. 대신 유료 곡을 한 곡 구매하면 한 주 동안 무제한으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소리바다3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일부 음반사들로 인해 소리바다가 또 다시 소송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끈질긴 음제협, 끝나지 않는 소송
음반사에 짓밟힌 ‘벌레 한 마리’

당시 양정환 대표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계속된 법정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며 “합법적인 서비스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처벌에 실망을 느꼈다”고 심정을 밝혔다.

소리바다는 2006년 음반사와의 갈등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 필터링 기술을 탑재한 소리바다5를 출시했다. 필터링은 음원 자체를 분석해 파일의 제목이나 태그를 상관없는 내용으로 바꿔도 유통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당시 업계는 소리바다의 강력한 필터링 기술 덕분에 더 이상 저작권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음반사들은 ‘소극적 필터링’이라는 명분으로 소송을 걸었고, 결국 소리바다5는 가처분 판결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 소리바다는 2007년 필터링 기능을 강화한 소리바다6로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지만 계속된 법정싸움과 후발업체들의 성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연예기획 및 화장품 사업 등에도 진출했지만 지난해 부분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소리바다는 2012년 이후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으며 음원시장 점유율은 2.2%(지난해 말 기준)까지 추락했다.

벅스도 소리바다와 마찬가지로 음원시장 초창기를 이끌었던 기업이다. 무료로 음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선 소리바다와 일맥상통하지만 벅스는 P2P가 아닌 스트리밍을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흔히 이용하고 있는 음원스트리밍 서비스의 원조 격인 셈이다. 벅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리바다와 함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고 무료음원의 양대산맥으로 우뚝서게 됐다.

하지만 벅스는 2003년을 기준으로 점차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음반사들과의 저작권 시비에 음원을 무료로 제공하던 경쟁업체들이 하나 둘씩 유료서비스로 전환했고 이에 벅스도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2003년 8월 이후 벅스에서 재생할 수 있는 음원보다 불가능한 음원이 더 많아졌다. 이에 벅스는 광고료 등 여타 수익으로 로열티를 지불하겠다며 맞불을 놨으나 오히려 저작권자들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덤으로 경쟁에서도 도태돼 파산위기까지 몰렸다.

◆ 남은 건 껍데기뿐

벅스는 업계 3위였던 쥬크온 운영사 아인스디지털에 인수돼 파산위기를 겨우 넘겼다. 이후 네오위즈그룹에 아인스디지탈이 매각되면서 네오위즈벅스와 네오위즈인터넷이라는 이름을 거쳐 주식회사 벅스로 다시 태어났다. 이와 함께 음원서비스인 벅스 뮤직은 같이 운영되던 쥬크온에 통합돼 벅스브랜드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벅스의 음원시장 점유율은 8.3%로 4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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