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일자리,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정부가 연일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난색만 표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채용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에서만 1년 새 4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자리를 떴다. 10대 그룹의 일자리만 1000개 넘게 증발했다.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는데 중소기업들이라고 상황이 나을 리 없다. 채용 시장은 1년 내내 한겨울이다.

10대 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수가 1년 새 1000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은 직원들에게 준 급여 총액은 2조원 가까이 늘었다.

15일 <파이낸셜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말(9월 30일) 기준 10대 그룹 소속 92개 상장사 중 90개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64만7244명으로 전년동기(64만8437명) 대비 1193명(0.2%) 감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이노션과 SK그룹 소속 SK D&D는 지난해 중 신규 상장돼 2013년 분기보고서가 없어 비교가 불가능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삼성그룹 4000명 떠났다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국내 독보적 1위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이었다. 1년 새 4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짐을 싸 자리를 뜬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직원들에게 쓴 급여 규모도 1700억원 넘게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그룹 전체가 ‘다이어트’에 들어간 포스코그룹도 직원 수가 1300명 넘게 줄었다.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의 ‘맏형’ 현대중공업 그룹의 일자리도 1200개 넘게 감소했다.

삼성그룹 소속 16개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19만6676명으로 전년동기(20만463명) 대비 3787명(1.9%) 감소했다.

그룹 내 ‘큰형’ 격인 삼성전자에서만 1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자리를 떴다. 삼성전자의 직원 수는 9만8557명으로 같은기간(9만9556명) 대비 999명(1.0%) 급감했다. 여파는 ‘동생들’에게까지 미쳤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 내 대표적인 전자사업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직원수도 각각 814명(1만2921명→1만2107명), 687명(1만1864명→1만1177명) 줄었다. 실적 부진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직원 규모가 7101명에서 6382명으로 719명(10.1%)이나 감소했다. 감소율로는 삼성그룹 소속 계열사 중 가장 컸다.

반면 이 기간 일자리가 늘어난 계열사는 단 4군데에 불과했다. 삼성중공업의 직원 수가 1만4368명에서 1만4535명으로 167명 증가한 것을 비롯, ▲호텔신라 161명(2220명→2381명) ▲에스원 130명(6109명→6239명) ▲삼성화재 129명(5693명→5822명) 등이 증가세를 보였다.

10대 그룹 직원 수 64만7244명…전년동기比 1193명↓
‘짐 싼’ 삼성맨 4000명…포스코·현대重 2500명 ‘아웃’

삼성그룹 다음으로는 대대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포스코그룹의 직원 수가 많이 줄었다. 포스코그룹 소속 7개 상장사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근무 중인 직원은 2만4355명으로 전년동기(2만5704명) 대비 1349명(5.2%) 감소했다.

그룹 대표 업체인 포스코의 직원 수가 1만7388명으로 같은기간(1만7898명) 대비 가장 많은 510명(2.8%) 감소한 것을 비롯해, 포스코플랜텍과 대우인터내셔널의 직원 규모가 각각 406명(1177명→771명), 217명(1243명→1026명) 줄었다.

이 기간 직원 수를 늘린 포스코그룹 계열사는 포스코강판이 유일했다. 하지만 증가한 직원은 고작 3명(357명→360명)에 불과했다.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경우, 소속 상장사 3곳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직원수는 3만1150명으로 전년동기(3만2400명) 대비 1250명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의 직원 수가 2만7122명으로 같은기간(2만8141명) 대비 1019명 줄었고, 현대미포조선이 227명(3897명→3670명), 현대종합상사가 4명(362명→358명)씩 직원 수가 감소했다.

이밖에 SK그룹과 롯데그룹 소속 상장사들에 근무하는 직원 수도 각각 720명(4만932명→4만212명), 510명(4만7964명→4만7454명)씩 감소했다.

◆현대車 고용 ‘활기’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와 반대로 직원 수를 크게 늘리며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그룹과 정 반대로 직원 수만 4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LG그룹도 직원 규모를 상당히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9개 상장사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근무 중인 직원은 13만6833명으로 전년동기(13만3026명) 대비 3807명(2.9%) 증가했다.

그룹 내 ‘가장’인 현대자동차는 같은기간 직원 수를 6만4140명에서 6만6065명으로 무려 1925명(3.0%)이나 늘렸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3인방’인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도 직원 규모가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는 532명(8029명→8651명), 기아자동차는 288명(3만3781명→3만4069명)씩 직원 수가 늘었다.

또 현대위아도 직원 수가 2741명에서 3458명으로 717명(26.2%) 늘며 눈길을 끌었다. 현대제철 역시 직원 수가 1만896명에서 1만1455명으로 559명(5.1%)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다음으로는 LG그룹의 일자리 규모가 많이 늘었다. LG그룹 소속 12개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11만1599명으로 전년동기(10만9637명) 대비 1962명(1.8%) 증가했다.

실적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LG화학의 직원 수가 1만4188명으로 같은기간(1만3517명) 대비 671명(5.0%) 늘었다. 이어 대표 전자 계열사인 LG전자도 직원 수가 3만7540명에서 3만8117명으로 577명(1.5%) 증가했고, LG유플러스 역시 7096명에서 7505명으로 직원 수가 409명(5.8%) 늘었다.

이밖에 직원 수가 늘어난 그룹은 ▲한화그룹 301명(2만662명→2만963명) ▲한진그룹 238명(2만5174명→2만5412명) ▲GS그룹 115명(1만2475명→1만2590명) 등으로 나타났다.

현대車 3800명, LG 2000명…일자리 늘어난 그룹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화색’…직원 급여 총액은 5.5%↑

◆남은 사람은

10대 그룹의 일자리는 줄었지만 남은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남은 사람들과 떠난 사람들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조사대상 기업들이 지난해 1~3분기 직원 급여로 지출한 금액은 34조5127억원으로 전년동기(32조7192억원) 대비 5.5%(1조7935억원) 늘었다.

직원 수 감소에 따라 직원 급여가 줄어든 곳은 삼성그룹이 유일했다. 삼성그룹 소속 16개 상장사의 직원 급여 총액은 11조2356억원으로 같은기간(11조4084억원) 대비 1.5%(1728억원) 감소했다.

반면 삼성그룹 다음으로 직원 수가 많이 줄어든 포스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직원 급여 총액은 오히려 각각 2.0%(278억원), 15.1%(2088억원) 늘었다. 롯데그룹과 SK그룹 역시 직원 수는 줄었지만 급여 총액은 각각 13.9%(1717억원), 13.6%(3232억원) 증가했다.

이밖에 그룹들의 직원 급여 총액 증가율은 ▲LG그룹 12.2%(6414억원) ▲GS그룹 10.8%(608억원) ▲한화그룹 7.5%(774억원) ▲현대자동차그룹 6.0%(418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