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로 돕자”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기업 사회공헌 활동은 진화 중이다. 단순 기부는 옛말이다. 재능기부와 지역사회 기여활동, 해외 봉사활동, 장애인 지원, 문화예술 활동 등 자신들만의 특생과 장점을 활용해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잡아다 주는 것’이 아닌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세대와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고 있는 기업의 ‘나눔 경영.’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향기를 연속기획으로 담는다.

최근 기업 사회공헌의 추세는 ‘기업의 개성 살리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전경련’)가 발간한 ‘2015년 주요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사회공헌 사업계획을 세울 때도 업(業)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공유가치창출(CSV) 등 새로운 사회공헌 방식의 도입(60%)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기업 사회공헌의 방향이 기업의 핵심가치와 특성에 연관성이 높은 분야를 발굴해,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하는‘업(業)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장점을 나누다

실제 주요 기업들의 대표 사회공헌프로그램 중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전문인력, 기술, 시설 등을 활용한 기업 특색이 나타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NPO 등 다양한 외부기관과 협업할 때에도 전문성 확보는 물론 자사의 특성을 반영하기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PO(Non-Profit Organization)는 사회 각 분야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를 말한다.

자신만의 특색을 살린 기업 사회공헌활동으로는 임직원의 전문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하여 기업별 전문성을 살린 프로보노(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활동) 프로그램이 많았다.

▲ 삼성물산-주니어 건설아카데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저소득층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임직원이 참여하여 건설업 직업체험 교육을 실시하는 ‘주니어 건설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자사 보유인력 및 인프라를 활용해 자사 보유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의 바리스타와 뚜레쥬르의 제빵사를 양성하고 취업을 연계하는 ‘꿈★은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 아시아나항공-색동나래교실.

아시아나항공은 ‘색동나래 교실’이라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현직 기장과 사무장, 승무원 등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동영상과 함께 진로체험 교육을 실시 중이다.

롯데건설과 포스코에너지, 대우증권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임직원 재능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건설은 기초 지자체와 연계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도배·가구 설치 등 주거환경 개선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포스코에너지는 한국전기안전공사와 연계, 저소득층을 방문해 LED 전등을 교체하고 노후된 배성을 정비해 주고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에는 자사 소속 탁구단 선수들이 성남지역 북한이탈 청소년을 대상으로 월 1회 방과 후 교실을 통해 탁구수업을 진행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 SK그룹-프로보노봉사단.

SK그룹은 사회적 기업, 소셜센터, NKO 등에 경영·전략·마케팅·홍보·IT·계약검토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프로보노 봉사단’을 운영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중소기업 유통센터와 연계를 통해 중소기업제품 무료방송을 지원하며 한국타이어는 ‘H-Safety 드라이빙 스쿨’을 통해 사회복지기관의 여성운전자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으로 차량관리에 대한 실습 위주의 교육을 실시 중이다.

▲ 한국타이어-H-Safety 드라이빙스쿨.

자신이 보유한 시설이나 자산을 활용하여 대중에게 다가가는 기업들도 있다.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을 줄이기 위해 체험 중심의 교통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대자동차의 키즈오토파크, 7세~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의 원리를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LG 사이언스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KT는 아이들이 음악, 미술 등 예체능 특화활동이나 각종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인 ‘꿈품센터’를 제공하고 각종 IT기기들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성 살린 프로보노 프로그램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일반적인 노력봉사 위주의 사회공헌활동과 달리 프로보노型 프로그램은 기업이 보유한 경험, 지식, 기술 등 전문성을 활용하여 특색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참여 임직원 개인 측면에서도 전문성 활용은 물론, 리더십·팀워크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향후 더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 사회공헌 영역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기관과의 협업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도 크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전문성을 갖춘 NPO(47.7%)를 선택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특성에 맞는 사업 추진이 어려워(39.2%) 파트너십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 역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조사 결과에 대해, 전경련은 기업들이 외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성은 물론, 자사의 특성도 살리기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의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전경련 이용우 사회본부장은 “사회공헌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가 기업별 개성 살리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추진 시 저해요인으로 ‘내부 임직원 관심 부족(19.8%)’과 ‘자체 사업을 위한 예산부족(17.3%)’, ‘전문성 부재(13.2%)’를 꼽았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업 내부적으로 사회공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감소하고, 관련 예산이 줄어듦에 따라 내부 임직원의 이해와 재정적인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시설·자산 활용해 대중에게 가까이
관심·예산 부족, 사회공헌 저해

외부적으로는 ‘외부의 선심성 지원요구(25.4%)’, ‘반기업 정서로 인한 왜곡된 시선(17.2%)’을 기업 사회공헌의 주요 저해요인으로 꼽았다. 이밖에 ▲NPO/사회문제에 대한 체계적 정보 부족(16.4%) ▲나눔 활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16.0%) ▲외부기관과의 파트너십 어려움(10.7%) ▲법/제도로 인한 제약(4.5%) ▲학계의 사회공헌에 대한 체계적 연구 미흡(3.3%) 등이 저해요인으로 나타났다.

애로사항 토로

파트너십 선호 대상으로는 NPO(55.6%), 정부·지자체(19.1%)순으로 높았으며 학계·연구소(4.3%), 타 기업(1.2%)이 뒤를 이었다.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이유로는 관련분야의 전문성 활용(63.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대외적 투명성·신뢰성 확보(21.3%), 내부 전담 인력 부족(5.1%), 기부금 처리 용이(4.4%), 내부설득 용이(0.75)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파트너십 추진 시에도 애로사항은 존재했다. 기업들은 각 기업들의 특성에 맞는 사업 추진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기업과 파트너와의 시각차도 주된 이유였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대외적 투명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파트너 기관의 정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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