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4년간 농협중앙회를 이끌 이른바 ‘농민 대통령’에 김병원(62) 전 농협양곡 대표가 선출됐다. 호남 출신으로는 첫 민선 중앙회장이며 2전3기 끝에 얻은 값진 결과다.

13일 농협에 따르면 김 당선자는 전날 서울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제23대 농협중앙회장 결선 투표에서 총 290표 중 163표를 획득해 126표를 얻는데 그친 이성희 후보를 제치고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1차 투표에서 91표를 얻어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김 후보의 당선은 호남 출신 첫 민선 중앙회장이라는 의미와 함께, 3차례 도전 끝에 회장직을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13·14·15대 내리 나주 남평조합장 3선을 역임한 신임 김 회장은 조합 업무에 두루 두각을 나타내면서 일찌감치 중앙회장 감으로 손꼽혔다. NH무역 대표이사와 농협양곡 대표이사로도 실력을 발휘해 농협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하지만 김 당선자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김 후보는 2008년 첫 출마 당시 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2차 결선투표에서 아깝게 낙마했다. 2012년 선거에서는 최원병 현역 회장에게 도전해 33%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지기반이 탄탄했지만 전체 조합원 292명 가운데 32%를 차지하고 있는 영남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호남은 21%, 충청 18%, 경기 16%, 강원 8% 등이어서 단일 세력으로는 영남을 넘지 못하는 구도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호남지역에서 선출직 중앙회장(1~4대)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 연장선에서 처음에는 영남과 비영남의 구도가 만들어졌다가.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이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결선에서는 ‘수도권 대 호남’ 구도가 펼쳐졌다. 결국 김 후보를 중심으로 반(反) 수도권 표가 결집하면서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장은 8만명의 임직원과 234만 농민을 대표하는 막강한 자리다. 신임 김 회장이 조합장과 농협 계열사 전문경영인까지 두루 거친 전문가에,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전국의 농협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1년은 농협중앙회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데 쓰고 1년은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1년은 10만 임직원 가슴 속에 농민을 심어주는 교육을 위해, 1년은 국민의 농협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광주대 경영학과와 전남대 경영학·농업개발학 석사, 전남대 경제학 박사를 받았으며 13·14·15대 남평농협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이사, 전남대 겸임교수,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 전국 무배추협의회장, NH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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