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한종민 기자] 한국 만화계가 새해에 비보를 접했다. ‘우정의 마운드’ ‘비둘기 합창’ ‘울지 않는 소년’ ‘아홉 개의 빨간 모자’ ‘달려라 꼴찌’ ‘한국인’과 같은 주옥같은 서사 만화와 70-80년대를 풍미한 ‘독고탁’ 캐릭터로 유명한 이상무(본명 박노철) 작가가 작업 중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70세.

1946년 김천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1963년 고교 재학시절, 대구 ‘영남일보’의 어린이 지면에 주 1회 네칸 만화를 연재했으며, 이듬해 상경해 박기정, 기준 작가의 문하에서 만화를 수련했다. 1966년 ‘여학생’에 연재된 ‘노미호와 주리혜’를 박기준에게 이어받아 ‘이상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이후 1971년 ‘주근깨’에 처음 등장한 독고탁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만화계가 큰 변화를 겪으면서 신인작가들이 많이 등장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대다수의 신인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는데, 그 와중에도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독고탁’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한 바 있다.

특출하고 비범한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늘 무언가 부족했으나 밝은 기운을 지닌 독고탁은 70~80년대 다양한 만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주로 스포츠 만화였고, 가족의 가치를 고민하게 했다. 1976년부터 ‘소년중앙’에 야구만화인 ‘우정의 마운드’를 연재했고, 후속작 ‘비둘기 합창’은 우리 시대 가족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한 편 독고 탁의 형 봉구는 권투선수로 활동했다.

1978년부터 ‘어깨동무’에 연재한 ‘울지 않는 소년’은 축구만화였고, 1981년부터 연재된 ‘아홉 개의 빨간 모자’는 야구만화다. 1982년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한 야구만화 ‘다시 찾은 마운드’는 만화영화로도 제작됐다.

1980년대 성인 만화 잡지가 탄생하자, 성인만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기도 했다. 대표작은 ‘만화광장’에 연재한 ‘포장마차’다. 소년에서 어른이 된 독고탁을 만날 수 있는 멋진 만화였다. 1990년대 초부터는 ‘스포츠조선’에 연재를 시작한 ‘싱글로 가는 길’ 이후 ‘불타는 그린’ ‘운명의 라스트 홀’ 등 골프만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는 “이상무 작가는 박기정, 기준 작가의 계보를 이어가는 한국 서사만화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했고 “가족의 가치와 스포츠를 통한 감동과 성장을 드러내는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충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은 “나를 비롯한 동년배 만화가들이라면, 아니 70~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독고 탁과 친구로서 시간을 공유했을 것이다. 이상무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한 시대가 저무는 아픔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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