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대형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저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속에서 올 들어 급전직하하고 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20% 안팎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 이익도 줄고, 은행업무의 상당부분을 인터넷 뱅킹이 차지하고 비대면 서비스도 늘면서 일선 영업 점포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저성장이 상당기간 불가피하고, 계좌이동 본격화, 핀테크 활성화 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현실을 감안해 몸집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가 은행 임직원들의 희망퇴직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여전히 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다, 제조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대형 은행들마저 인력감축에 적극 나서는 데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상당하다.

고연봉체계를 개편하고, 근무시간을 탄력 적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오히려 일자리를 나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20% 수준의 감소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1조5506억2100만원에서 1조2181억4500만원으로 21.4%의 감소세를 보였다. 국민은행 역시 1조1195억1600만원에서 8995억2000만원으로 19.7% 감소했다. 많이 줄긴 했지만 연말까지는 영업이익 1조원 돌파는 문제없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7441억17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9579억7100만원)보다 22.3%(2138억원4500만원) 줄었다. 올해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영업이익과 함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309억원, 2757억원 줄어든 7158억원, 9882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 3분기만 놓고 봤을 때 3.1% 줄었다.

금융권은 영업이익의 감소가 저금리로 인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NIM은 ▲신한은행 1.52(0.25%포인트 감소) ▲우리은행 1.41%(0.17%포인트 감소) ▲신한은행 1.52(0.25%포인트 감소) ▲국민은행 1.64(0.18%포인트 감소) ▲농협 2.13%(0.08%포인트 감소)을 기록하며 모두 앞선 분기보다 하락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저금리로 인한 무점포 은행이 등장하고 있고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할 경우 업종 경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나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등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로 인력 수요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이들 네 은행의 점포 는 모두 2877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2910개보다 33개 줄어든 수치다.

신한은행이 점포를 줄이지 않은 가운데 국민은행이 1097개에서 1083개로 모두 14개 점포를 철수했고 우리은행은 933개에서 923개로 10개를 줄였다. 농협은 1035개에서 1026개로 9개의 영업점을 없앴다. 점포수와 함께 이들은 2000명의 인력도 줄였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한 때 50명이 넘게 근무하던 서울 시내 중심가 점포가 이제는 15명이 일해도 충분할 정도로 은행 업무가 인터넷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인력을 보유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은행 업무에서 이전의 예금 및 대출 업무는 대폭 줄었다”며 “이제 은행도 투자와 자산관리 쪽으로 중심이동을 하면서 임직원들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시중은행 종사자는 “사람을 마구 내보내는 것을 보면 인터넷·모바일의 발전으로 은행의 인력이 필요 없어졌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지 명예퇴직 압박만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은행들이 정작 사회적 책임은 망각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재교육과 장기적 비전 마련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보다는 단기적 수익성만을 쫒아 비용 줄이기에 급급해 사람들을 함부로 내치고 있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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