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한종민 기자]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오승환(33)이 검찰에 출석해 일부 혐의를 시인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은 물론 선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지난 9일 오전 7시쯤부터 낮 12시를 조금 넘긴 5시간여에 걸쳐 오승환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 오승환은 옛 팀 동료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임창용과 함께 지난해 11월말 마카오에서 수 억원 상당의 칩을 빌려 도박을 벌인 혐의를 인정했다. 정확한 도박 액수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검찰은 오승환이 일시적인 오락 수준이 아닌 거액의 상습 도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승환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하면서 향후 사법처리는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임창용과 함께 오승환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내년 시즌 오승환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악의 경우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을 종료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자신을 원하는 구단을 물색 중이었다.

하지만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사법처리가 확정될 경우 미국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이 성사된다고 해도 미국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아 뛸 수 없게 된다.

당초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진출 시도와 관계없이 그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던 한신 역시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섭 자체를 중단했다. 오승환의 이번 도박 파문이 단순 원정도박이 아닌 조직폭력배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선수들이 조직폭력배와 교류했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최고 무기한 실격처분까지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오승환의 사법처리와 함께 조직폭력배와의 연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본으로의 복귀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오승환과 함께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임창용은 지난달 삼성의 내년 시즌 연봉 협상 대상자명단에서 제외돼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았다. 임창용은 이번에 임의탈퇴가 아닌 방출로 신분상 타 구단과 계약이 가능하지만 사법처리가 확정되면 추가 징계가 불가피하다. 형의 무게에 따라 자격정지 또는 최악의 경우 제명조치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임창용이나 오승환을 받아 들일 구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제명되면 선수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더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오승환은 검찰 소환에 앞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메이저리그 및 일본 구단과 계약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며 “검찰에 출석하면 한 점 의혹 없이 사실대로 진술하고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승환의 바람과는 달리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지면서 오랜 꿈마저 접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