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농협은행의 새 수장으로 내정된 이경섭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실다지기와 혁신을 외쳤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전날 열린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통해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내정됐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과 자추위원들은 차기 행장에 이 내정자와 김주하 현 농협은행장을 유력 후보로 올려놓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이 내정자의 손을 들었다.

이 내정자의 발탁 배경에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녹아있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 내정자는 이후 현장과 본사 업무를 두루 거치며 농협금융 내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단순히 잔뼈만 굵은 게 아니다. 이 내정자는 농협금융 부사장 재임기간 중 금융권 최초로 복합금융점포를 개설했고 우리투자증권 인수 및 농협증권과의 통합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리더십과 결단력은 이미 업계 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글로벌 금융환경이 녹록치 않은 요즘 농협금융은 이 내정자에게 또 한 번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316억원으로 전년 동기(2799억원) 대비 54.2%나 급증했다. 하지만 당장 4분기부터는 전망이 어둡다.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STX해양조선에 7400억원 규모 여신이 물려 있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이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내정자는 손실 최소화를 위해 취임 초기 내실 다지기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그는 올해 말까지 농협은행 부행장과 영업본부장, 부서장 등의 인사를 단행한 뒤 조직 내에 성과주의 인사, 효율적 조직 문화 시스템 등을 이식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형식이나 관행을 없애 궁극적으로 수익력을 제고하겠다는 게 그의 뜻이다.

신사업 발굴에도 뛰어든다. 핀테크(긍융과 기술의 합성어)의 발달로 기존 오프라인 은행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 맞아 이 내정자는 자체 플랫폼 구축을 통한 금융 서비스 강화, 글로벌 전략 추진 등을 구상하고 있다.

업무적인 능력 말고도 이 내정자가 지닌 장점은 또 있다. 이 내정자와 김 회장간의 ‘찰떡궁합’은 농협은행의 성장을 위한 특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월 농협금융 부사장에 오른 이 내정자는 올해 4월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과 그룹 조직 개편 작업 등을 함께 진행했다. 농협금융 회장과 부사장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업무나 사적인 측면에서 모두 각별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꾸준히 농협금융에서 커온 이 내정자는 외부에서 온 김 회장을 충실히 보필하며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상당한 신뢰를 쌓았다”며 “아직 임기가 1년 5개월이나 남은 김 회장의 입장에선 그간 함께 일을 해온 이 내정자를 은행장으로 추천하는 것이 지주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도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이 내정자가 선정됐다는 소식에 조직 내부에서도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조직 내에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며 “의사결정이 정확하고 소통능력이 뛰어나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유관기관과의 협조 체제 구축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내정자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지 임직원들의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 내정자는 농협은행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업무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하며 임기는 2년이다. 경북대를 졸업한 이 내정자는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중앙회 구미중앙지점장, 수신부 PB사업단장, 농협금융 경영지원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지난해 1월부터 농협금융 부사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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