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KDB대우증권 인수전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들간 물밑 경쟁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3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한편에선 은행과 증권사 간 날카로운 신경전도 감지되고 있다. 인수 결과에 따라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수싸움과 논리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오는 21일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을 진행해 연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대우증권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4조2581억원에 이르는 업계 2위의 증권사다. 1위인 NH투자증권(4조4954억원)과 차이는 불과 2400억원에 불과하다.

KB투자증권을 가지고 있는 KB금융지주가 인수하든, 자기자본 3조원대의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하든 대우증권을 품는 순간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특히 103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고, 투자금융(IB) 부문과 주식위탁매매(위탁매매) 부문에서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증권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대우증권 매각전이 본격화되면서 인수후보들 간 물밑작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수 후보자들은 치밀한 자금 동원 계획 및 비장의 전략을 가다듬는 한편, 자사가 인수해야만 시너지가 극대화하고, 부작용도 최소화한다는 홍보 포인트를 짜느라 혈안이다. 상대 약점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등 상호비방전도 병행하고 있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은행, 보험, 카드에 이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금융투자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거 은행의 증권 인수 사례를 볼 때 증권이 은행의 하청업체 내지는 하부조직으로 치부되며 기대했던 것만큼 시너지가 크지 않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대형 투자은행(IB)과 경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대형IB가 잘못됐을 때 한국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는데다 현재 중복 사업이 많아 역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우증권 주가 ‘1만원’ 위태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가열되는 것과 달리 대우증권 몸값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대우증권 주가는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1만400원이다. 올해 4월 1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80% 넘게 떨어진 것이다.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보유지분은 1억4018만주(43%)다. 지난 2000년 5월 대우증권의 실권주 인수를 통해 22.7%의 지분을 확보했고, 그해 244억원의 추가 출자와 2500억원의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총지분을 39.1%로 끌어올렸다. 이후 2012년 유상증자 때 추가로 대우증권 지원을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지분을 확보하는 데 투입된 자금이 1조8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당 매수가격은 약 7700원이다. 현재 대우증권 주가를 감안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원하는 가격은 현 주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일 대우증권 주가 1만400원을 감안해 산업은행 보유지분을 환산하면 매각가는 1조44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얹은 몸값은 1조87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산업은행은 몸값 산정기준으로 장부가를 강조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책정한 대우증권 장부가는 1조7758억원으로, 이 수준을 맞추려면 주당 1만2700원 수준이 돼야 한다.

◆‘칠전팔기’ KB금융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자본금 5800억원 규모의 KB투자증권과 합병시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KB금융은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한 비(非)은행 부문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 KB금융 계열사 가운데 KB카드를 제외한 비은행 계열 이익 기여도가 7.6%에 불과하다.

KB금융은 과거 푸르덴셜증권(현 한화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했던 만큼 이번엔 반드시 성사시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KB금융은 인수후보자 가운데 자본력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은 한 해 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유보금으로 쌓아놓고 있다. 또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합병하게 될 KB투자증권은 미래에셋과 한국투자보다 중복되는 사업영역이 적어 인위적인 구조조정 우려가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KB투자증권은 채권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고, 대우증권은 리테일과 IB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KB투자증권은 현재 지점이 없어 대우증권 합병 시에 없애거나 통합하는 작업 없이 간판만 바꿔달면 된다.

아울러 우리 자본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위험자본 투자와 투기적 거래가 위주인 대형IB의 탄생이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것이란 측면을 정부가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자본금 8조원의 대형증권사가 탄생하게 돼 80조원의 자산을 굴리게 된다”며 “위험자본 투자 중심인 증권사 특성상 상당한 리스크가 생기는 것인 만큼 잘못됐을 때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미국도 대형 IB가 무너지면서 위기가 찾아온 마당에 성숙도가 떨어지는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할 때 대형증권사에 80조원을 맡긴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리스크 관점에서 어느 업체가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지, 도움이 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제시하는 기준 가운데 자본시장 발전 측면은 증권사들에 비해 명분이 다소 뒤진다. 실제 그동안 대형 증권사를 인수한 은행지주가 증권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B금융 측은 이와 관련 “과거 은행지주가 증권사를 인수한 경우 증권사를 주력이 아닌 보조적인 수단으로 취급하면서 더 클 수 있는 회사를 못 크게 만든 사례가 있지만 요즘에는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며 “경영진들이 상당히 국제화되고 선진화됐고, 증권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증권 나름대로 속성과 개성을 살려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협조하되 간섭한다든지 무시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게 경영진의 각오”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8조원대 글로벌 IB로 재탄생

미래에셋증권이 자신보다 두 배 가까이 큰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자기자본 수조원대 달하는 글로벌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재탄생하게 된다. 미래에셋이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며 대우증권 인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미래에셋증권 2조5000억원, 대우증권 4조5000억원이다. 최근 9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한 미래에셋의 자기자본은 약 3조5000억원대로 늘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8조원대 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게 된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1위 증권사가 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부수적으로 재무건전성도 높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미래에셋증권 995.4%, 대우증권 700.4%다.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부채비율은 807.5%까지 낮아지게 된다.

무엇보다 두 회사가 주력해 온 사업부문의 접점이 크지 않아 합쳤을 때 발휘할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연금과 자산관리에, 대우증권은 오프라인 브로커리지와 국내외 IB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전 부문 1위의 증권사를 노리겠다는 게 미래에셋의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 푸동 건물을 인수해서 2~3배의 시세차익을 얻는 등 해외 투자에 대한 경험도 있는 데다 해외 네트워크까지 보유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풍부한 IB 경험과 맞물릴 경우 대형 글로벌 IB로의 도약도 가능하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투자 성공 사례가 많다. 국내에서 우리만큼 해외 투자 노하우와 역량이 풍부한 곳이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뉴욕의 일반투자자들도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해 현지 IB들도 깜짝 놀라고 있다. 세계 10위권인 한국 정도의 경제 규모라면, 이제 대형 IB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미래에셋금융그룹 해외 네트워크와 해외 투자 DNA가 바탕이 돼 있기에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글로벌 대형 IB로서 세계적인 IB들과 당당히 겨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같은 증권업에 종사한다는 측면 때문에 인수 후 대규모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인수 후 중복되는 인원들에 대한 인력조정은 불가피하다”라면서도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이나 KB금융지주에 비해 사업적 접점이 적은 편이라 다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 10여 년 만에 1위 증권사 도약

올 3분기 기준 자기자본 3조4000억원의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미래에셋과 마찬가지로 약 8조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1위 증권사가 될 수 있다. 앞서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장남이자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부회장은 동원증권 사장이던 지난 2004년 한국투자증권을 사들이며 빅5 증권사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에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10여 년 만에 10위권 증권사에서 1위 증권사가 되는 유일무이한 역사를 쓰게 된다. 대우증권 인수는 규모의 경제를 떠나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시장 1등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질적·양적 차별화를 이뤄내게 할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미래에셋과 같이 글로벌 IB 부문의 성장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우증권의 IB 역량을 고스란히 흡수해 국제무대에서 대형 IB로서 일본 노무라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또 창투사, 저축은행과 증권, 운용사 등 중견기업 지원라인을 탄탄히 갖춘 한국금융지주는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초대형화를 이뤄 종합적인 기업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아울러 프라이빗뱅크(PB) 서비스의 대중화가 가능하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PB서비스 관련 우수한 인재와 점포 등 인프라를 갖춘 대우증권 인수 시 VIP가 아닌 일반 고객에게도 수준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2020년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비전2020’ 실현을 위해서는 독보적인 리딩 컴퍼니로의 부상이 필수적이며, 그것이 바로 대우증권 인수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도 차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벌써부터 말이 많은 데다, 일부에서는 카카오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따내는 데 성공, 대우증권에만 집중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적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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