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금융위원장.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앞으로 은행 대출 심사에서 평가 기준이 주택담보가 아닌 총부채 상환능력으로 변경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 대출 땐 금리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규모가 제한되거나 고정금리 대출을 권유받게 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 이외의 다른 부채까지 감안해 총부채 상환능력을 검토하는 방안을 적용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기존 가계부채만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던 것에서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까지 포함해 전체 부채를 고려하는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DSR은 담보대출 금리 및 한도 산정 때 기타 부채의 모든 원리금 상환액을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 등을 제외한 나머지 빚의 이자만 고려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비해 더욱 엄격해지는 셈이다.

임 위원장은 “기타 부채를 포함한 차주의 DSR을 산출하고 은행자율로 이를 사후 관리에 활용하겠다”며 “상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분할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을 정착시키고,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등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은행연합회가 마련 중인 방안은 여신심사를 증빙 소득 등으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고부담대출, 신고 소득을 활용한 대출은 비거치식으로 분할 상환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 대출에는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방식인 스트레스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현재 기준의 상환 여력 대비 강화된 조건이 적용, 대출이 어려워지거나 고정금리 대출 권유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방안들은 새로 발생하는 대출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소급되지는 않는다.

임 위원장은 “신규가 대상이고 기존 받았던 사람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가계부채 관련 은행 건전성에 관해서는 “대부분 은행에서 리스크 관리를 충분히 하고 있는 상황을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대기업 수시 신용평가를 통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 작업)과 퇴출 대상도 선정한다. 이달 중으로 채권자와 채무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 작업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유암코는 여러 예비 투자 대상을 선정해 기업 실사와 평가도 진행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약 33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신용평가를 진행 중”이라면서 “12월까지 대상 기업을 선정해 등급에 따라 (구조조정을) 맞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암코와 관련, “현재 복수의 예비투자 대상을 선정했다”며 “최대한 빨리 최종 선정해 주식, 채권 등을 매입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 위원장은 그간 금융회사의 자율성 위주로 규제를 완화하던 방향을 소비자 보호 쪽으로 선회,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기업공시 종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사·중복되는 공시를 줄이기 위한 시장질서 규제 개선안을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또 보험 상품 약관이나 광고,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옴부즈만 제도 도입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그는 “그간 금융회사 자율성을 높였다면 이제는 일종의 심판의 기능으로 분명한 경계의 룰을 만들겠다”며 “올해 말까지 의견을 취합해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소비자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현장에 대한 정기·수시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종료되는 금융개혁회의 대신 금융발전심의회를 개편하고 금융소비자 문제를 다루는 조직을 5곳으로 나누는 개편이 진행된다. 금발심 특별위원회로는 금융개혁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월 1회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내년 외부 전문 기관 등에 조사를 위탁해 한국의 금융 상황을 평가하고,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찾는 방식으로 현장을 관리·감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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