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금융정책이 핀테크(금융·기술의 합성어)를 품으며 금융 소비자의 편리성 제고에 나섰다.

‘얼굴을 봐야 믿을 수 있다’던 금융실명법 유권해석이 ‘핀테크를 이용하면 안 봐도 믿을 수 있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실명법·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실명확인을 ‘복수의 비대면 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 실명 확인은 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22년 만에 바꾼 조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실명법·전자금융거래법 유권해석이 비대면 방식 실명확인을 허용하는 쪽으로 변경됐다”며 “핀테크를 이용하면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의 이번 유권해석은 상당히 주목해야 할 변화”라고 전했다.

단 조건은 있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접근매체 전달시 확인 ▲기존계좌 활용 ▲기타 생체인증 등 이에 준하는 새로운 방식 중 2가지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안정성 강화를 위해 이중확인을 필수 조건을 달았다. 여기에 ▲휴대폰 인증 등 타기관 확인결과 활용 ▲다수의 개인정보 검증은 다중확인을 위한 권고 사항에 포함시켰다.

금융실명거래란 실제 거래자의 명의에 의해 은행, 증권회사 등의 각종 금융기관과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무기명 또는 가공명의에 의해 예금·적금 가입 및 증권투자 등이 이뤄지며 사회부조리가 발생한 탓에 정부가 이를 막으려고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불법행위를 근절을 위해 시행한 제도인 만큼 검증과 안정성이 최우선 조건이었다.

20여년의 시간이 지나며, 스마트폰 등 신기술이 등장했고 금융환경은 변혁기를 맞았다. 금융실명제도 새 옷을 입게 됐다.

비대면 실명확인 시대가 열렸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시연회’를 열고 국내 최초로 비대면 방식을 적용한 계좌 개설 서비스 선보였다.

의미 있는 행사인 만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개별은행 시연회에 참석했다. 그는 신한은행의 모바일 전용 서비스 ‘써니뱅크(Sunny Bank)’와 무인스마트점포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창구 방문 없이 신규 계좌 개설, 카드 발급 서비스 등을 받았다.

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이 개별은행 시연회에 참석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며 “하지만 오늘 신한은행이 처음 시작하는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는 금융당국이 특별히 감사하고 격려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과 디지털 키오스크를 이용해 각종 금융서비스를 받으니 핀테크의 편리함이 몸으로 느껴진다”며 “앞으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가 우리 금융거래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핀테크를 통한 금융서비스는 빠르고 편리했다. 기존에는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 같은 경우 일과 시간 중 은행을 방문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따로 시간을 내 창구에 간다고 해도 대기시간으로 인해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바일을 이용하면 신규 계좌 개설까지 5분 남짓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휴대폰 인증→신분증 촬영→상담원 영상통화 등 3단계를 거쳐 계좌번호를 부여받았다. 현재 신한은행은 대포통장 개설과 같은 부작용 방지를 위해 신규 계좌 개설을 대출 서비스와 연계했을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추후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단독 계좌 개설 등 고객 편의 증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스템 안정성 및 보완테스트를 충분히 거친 금융회사는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투박한 대인 실명확인 방식에 묶여있던 금융실명제가 핀테크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진화를 시작했다. 내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출범하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한 단계 더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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