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한종민 기자] 2015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달아올랐다.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까지 FA를 선언한 선수 22명 중 18명이 계약을 마쳤다. 계약 규모는 최대 717억7000만원으로 역대 FA 총액 신기록이다.

지난달 28일 송승준(롯데)이 원소속팀과 4년 총액 40억원에 사인한 것을 시작으로 단 3일 만에 7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

100억원 규모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측됐던 ‘역대 최대어’ 김현수(두산)는 미국진출을 선언하며 빠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19명 총액 630억6000만원 계약을 가뿐히 넘었다. 총액뿐만 아니다. NC 다이노스는 삼성 라이온즈의 3루수 박석민과 4년 최대 96억원에 계약을 맺어 개인 FA 최고액 기록을 새로 썼다.

FA 제도가 도입된 1999년 계약 총액은 24억250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2003년 202억7000만원으로 처음으로 백억원대를 돌파했고 어느새 700억원을 뛰어넘었다. 선수들의 몸값 폭등에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지만 구단들은 즉각적인 전력 상승을 보장해주는 FA 대어들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역대급 ‘쩐의 전쟁’

원소속팀 우선 협상 기한인 지난달 28일에만 11명이 한번에 도장을 찍었고 334억7000만원 규모를 달성했다. 그러나 ‘대어급’ 중에선 김태균(한화)이 4년 84억원 ‘잭팟’을 터뜨리며 잔류했을 뿐이다. 당시 기준으로 역대 공동 3위 규모 계약이었지만 다가올 폭풍을 생각하면 놀랄 금액도 아니었다.

3루수 박석민(전 삼성)과 불펜투수 정우람(전 SK)과 손승락, 외야수 유한준(이상 전 넥센)이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겠다고 시장으로 나왔다. 지난해 ‘빅3’ 최정·윤성환·장원준 중 장원준만 시장으로 나온 것과 대조됐다.

선수들 역시 ‘쩐의 전쟁’이 펼쳐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신생구단 kt 위즈가 본격적으로 가세했고 성적 상승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 ‘큰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kt가 올 시즌 최다안타상을 받은 유한준에게 4년 60억원을 안기며 포문을 열었다. 외야자원이 부족하지 않은 kt였지만 베테랑의 가치를 높이 샀다. 포수 가뭄에 시달렸던 LG는 정상호와 4년 32억원에 계약했다. 불펜이 고질병이었던 롯데는 윤길현과 4년 38억원에 사인했다.

백미는 지난달 30일이었다. 하루에만 대어급 3명이 총액 240억원에 소속팀을 옮겼다. 롯데는 윤길현에 이어 손승락까지 4년 60억원을 들여 데려왔다. 불펜 보강을 위해 1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3루수 박석민은 NC에 4년 최대 96억원에 계약하며 역대 최고액 FA선수가 됐다. 원 소속팀 SK의 82억 제안을 거절한 정우람은 이틀 만에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와 4년 8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안지만(4년 65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불펜투수 최고 대우를 받았다.

◆치열했던 순위경쟁

지금까지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던 대형 FA들은 원소속팀과의 계약이 주를 이뤘다. 팀 전력에 꼭 필요한 프랜차이즈 선수에게 그 동안의 활약을 보상한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2013년 4년 75억원으로 최고대우를 받은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강민호의 경우가 그랬다. 지난해 연이어 최고대우를 받았던 SK 3루수 최정과 KIA 투수 윤석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이번 시장은 달랐다. 외부 FA 경쟁이 훨씬 뜨거웠다. 이는 올 시즌 KBO리그에 펼쳐졌던 치열한 순위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과 NC가 벌인 1위 경쟁은 시즌 막판까지도 이어졌다. 최초로 도입된 와일드카드제도 때문에 5위 자리를 두고 4개팀이 치열한 순위싸움을 했다.

지난해 NC는 아쉽게 정규리그 1위를 놓친 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 분패했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NC였지만 3루가 약점으로 지목됐다. 그래서 NC 다이노스는 3루수 보강을 위해 박석민에게 주저 없이 최고 대우를 했다.

한화가 정우람에게 거액을 쏟아 부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 시즌 ‘마리한화’라 불리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국 5위 싸움에서 패했다. 구단 입장에선 순위 상승을 위해서 비용 지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김성근 감독의 ‘벌떼 야구’ 스타일을 봤을 때 셋업맨과 마무리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정우람은 매력적인 카드였다.

롯데 역시 조원우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순위 상승을 벼르고 있다. 그 동안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허약한 불펜이었다. 롯데는 불펜 최대어 정우람을 영입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윤길현과 손승락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고 수준급 불펜투수 2명을 얻었다.

FA시장이 끝난 것은 아니다. 고영민(두산)과 박재상(SK)는 ‘대박’을 바라볼 만한 선수는 아니지만 오재원(두산)이 계약을 맺지 못했다. 4주 군사기초훈련을 받고 있어 계약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김현수가 두산에 잔류할 확률도 아직 남아있다. 두산은 김현수에게 최고대우를 약속했고 김현수 또한 한국에 남을 경우 타구단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공언했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대신 두산 잔류를 선택할 경우 이번 FA시장은 8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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