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글로벌 금융환경의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업체로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뗐지만 해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소매금융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미국에서 탄생했다. 1995년 10월 설립된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가 그 주인공이다. 도입 초기 IT 붐에 힘입어 새로운 금융거래의 주류를 형성할 것처럼 보였던 인터넷전문은행은 낮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고객 확보에 실패했다. 결국 SFNB는 실적 악화로 2002년 8월 로얄뱅크오브캐나다에 인수 돼 온라인뱅킹 사업부로 통합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2000년 중반 이후 소비자들의 인터넷뱅킹 이용률 증가와 각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 전략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영업실적이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포 채널 중심인 전통적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위축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가능성이 재차 부각됐다.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은 4582억 달러, 총예금은 3267억달러로 미국 상업은행 전체 수치 대비 각각 3.3%, 3.1%의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총자산의 경우 2000년 이후 연평균 19%씩 증가하고 있고 총예금은 21%씩 늘고 있다.

수익성도 개선돼 인터넷전문은행의 2013년 기준 영업이익은 7억4000만억 달러다. 이는 미국 상업은행 전체 순영업이익의 5.3%에 해당한다.

일본에서는 은행업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제정된 2000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다. 2014년 현재 SBI스미신과 다이와넥스트, 소니뱅크, 라쿠텐, 지분, 더재팬넷 등 6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2014년 3월말 기준으로 총자산은 8조5000억조엔, 총예금은 7조5000억엔이고 이는 일본 은행 전체 수치 대비 0.9%와 1.1%의 비중이다.

주목할 점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속도다. 2000년 이후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연평균 총자산이 32%, 총예금은 39%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외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선도국가들에 비해 20여년 뒤처져 있다”며 “후발주자인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충분한 자금 확보, 정부의 적극적 지원 및 규제완화 등 일반적인 요소 외에도 기존은행과 차별화되는 틈새상품, 특화상품의 개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뱅킹 서비스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 유럽 등의 사례를 감안해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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