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앞으로 빅데이터를 통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해 기존에는 돈 빌리기 어려웠던 신용 중위 등급 대출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은행과 제2금융권 대출의 중간인 10%대 중금리 시장이 새롭게 열리게 될 전망이다.

또 점포를 찾지 않아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로보어드바이저 분석을 통한 금융자문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에 23년 만에 은행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을 최소화하거나 없이 인터넷 등 전자 매체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는, 일종의 점포 없는 은행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던 기존 금융권에서 벗어나, 좀 더 낮은 금리의 대출과 적은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은행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술이 발달하고 점차 은행 거래가 온라인, 모바일 등의 비대면 환경에서 이뤄지면서 시대적인 흐름에서 도입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이날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모바일 플랫폼을 적극 활용, 접근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 약 97%에 이르는 카카오톡과 컨소시엄 내 금융회사와의 연계로 다양한 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먼저 카카오톡 이용자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밴사나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앱투앱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기존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한 신용평가시스템인 ‘카카오스코어’를 통해 기존 대출 시장의 사각지대였던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제2금융권도 대출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를 끌어내리는 효과도 있을 것을 보인다.

이와 함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 유니버셜 포인트’를 제공해 이자 수익 이외의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자문 서비스인 '금융봇'도 24시간 운영, 모바일 환경에서 금융 관련 애로 사항을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게 된다. 상거래와 도서, 게임, 음악콘텐츠 등 참여 기업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을 분석해 맞춤형 자문 서비스까지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카카오뱅크는 기대하고 있다.

이용우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무와 윤호영 카카오 부사장은 ‘카카오스코어’ 신용평가 모델, 24시간 고객 문의 응대 서비스인 ‘금융로봇’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주효했던 것 같다며 카카오뱅크의 내년 본인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K뱅크

K뱅크는 KT가 보유한 대량의 통신 데이터, 다른 컨소시엄 대비 금융업계의 역할과 비중이 높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통신 데이터와 처리 기술 등을 토대로 대상자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통해 자문 영역을 강화한다는 것이 K뱅크의 전략이다.

먼저 기존 KT의 방대한 고객 군을 바탕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도입해 스타트업 성장과 후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서민근로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 서비스인 ‘Enhanced Credit Scoring’을 도입해 신용등급 측정 과정을 개선해 그간 대출이 어려웠던 신용 중위 등급까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자영업자 대상 플랫폼인 ‘원스톰 SOHO 금융 플랫폼’은 상권분석부터 동일 업종에 대한 벤치마킹 등 사업 측면에서의 자문과 함께 창업 대출과 권리금보증보험 등 금융 지원까지 이뤄진다. 간편지급결제(Express Pay),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만으로 송금하는 서비스 등과 시중 은행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디지털 이자 예금’도 도입된다.

K뱅크 컨소시엄 관계자는 “다른 컨소시엄 대비 은행의 역할과 비중이 커 경험 측면에서 보완이 많이 될 것”이라며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할 때부터 노하우를 공유하고 고민해왔던 것이 유효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예비인가는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만의 첫 은행업 인가 사례다. 앞서 20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새로운 은행을 설립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업계에서 지난 2008년부터 도입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최저 자본금 규제’와 ‘금융실명제’ 등으로 설립으로 이어지지 못해왔다.

하지만 금융위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지난해 7월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예비인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혁신성 등을 고려해서 컨소시엄 두 곳을 예비인가 했다”며 “중금리 신용대출과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사업을 위한 인적·물적 준비를 마친 뒤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본인가를 받게 되면 6개월 이내에 본격적인 은행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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