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동양그룹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판매해 수만명에게 손해를 입힌 동양증권이 ‘동양사태’ 피해자들에게 일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동양사태와 관련, 피해자들이 무더기로 진행중인 여타 소송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오영준)는 전날 개인투자자 장모씨 등 19명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6명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또 김모씨 등 14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3명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금액은 25만원부터 최대 2500만원이다.

재판부는 “㈜동양은 2013년 8월20일 동양그룹의 1차 구조조정에 실패해 회사채를 발행해도 이를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8일 뒤 회사채를 발행했다”며 “동양증권은 피해자들에게 회사채 공모에 청약을 권유하며 투자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투자자들을 기망해 투자금을 가로챈 사기 행위”라며 “동양증권은 회사채가 정상적으로 상환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적극 매수하게 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동양증권의 손해배상 책임을 각 투자자에 따라 손해액의 20~80% 로 제한했다. 손해액은 각 투자금액에서 이미 회사채로 얻은 이자와 회생계획에 따라 받은 현금변제액 및 출자전환주식 회수금액을 제외했다.

재판부는 “2013년 8~9월께 동양그룹에 대해 우려하는 부정적 기사가 다수 보도됐고 청약서, 투자설명서 등에 위험이 자세히 기재됐다”며 “투자자들은 고이율이었던 회사채나 CP가 고위험 상품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직원 말에만 의존해 자신들의 채권 회수까지는 도산하지 않을 것이라 속단하고 약정을 맺은데 대한 자기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설명의무를 위반했거나 부당권유를 했다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 등은 동양증권이 직원들의 투자자 보호의무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사기성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를 방임, 조장해 손해를 입혔다며 이 소송을 냈다.

이들은 “기관투자자가 아닌 정보에 어두운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투자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고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판매했다”며 “상품 가입은 동양증권의 적극적인 기망에 의한 것으로 취소 또는 무효이며 불법행위로 인해 원금에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동양 사태는 지난 2013년 9~10월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인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5개 계열사가 연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투자자 4만여명이 피해를 본 사건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일반투자자들에게 CP 및 회사채를 대거 판매하고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현재현(66) 전 동양그룹 회장에게 지난달 징역 7년을 확정했다. 현 전 회장은 이듬해 1월 동양그룹 계열사의 차입금 상환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이 발행한 CP와 회사채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총 1조295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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