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국내에서 판매된 독일 폭스바겐의 구형 엔진 경유차(디젤차)에서 배기가스 조작 행위가 확인됐다.

하지만 신형 엔진을 장착한 차는 현재까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고의로 작동 중단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하지 못해 추가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는 국내에 판매된 폭스바겐 경유차 6개 차종 7대를 검사한 결과 문제의 EA189엔진(구형 엔진)이 장착된 티구안 유로5 차량에서 도로주행중 배출가스재순환장치(저감장치)를 고의로 작동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차량은 폭스바겐 그룹에서도 조작 사실을 인정한 모델이다.

정부가 구형 엔진 차량이 임의설정을 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크게 4가지다.

실내 인증실험 전과정을 5회 반복한 결과 첫번째 실험에서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정상 가동됐지만 두번째 실험부터 해당 장치의 작동이 줄었고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자제어장치 데이터와 질소산화물 배출특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실내 인증실험 과정 중 급가속 등의 조건에서 저감장치 작동이 중단됐고 차량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내 표준인증실험 조건과 다른 가동환경을 부과했을 때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했다.

실제 도로주행 실험에서도 미국의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저감장치가 작동을 안 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환경부는 임의설정이 적발된 구형 엔진 차량에 대해 판매정지와 리콜과 인증취소, 과징금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아직 판매되지 않은 차량은 판매정지명령과 이미 판매된 12만5522대는 리콜 명령을 내렸다. 과징금은 141억원을 부과했다.

문제의 엔진이 장착된 차종은 총 15개다. 제타 2.0 TDI와 Q5 2.0 TDI qu(2009년 인증), CC 2.0 TDI, 티구안 2.0 TDI(2009년 인증), 골프 2.0 GTD, 골프 2.0 TDI, 골프 1.6 TDI BMT, 티구안 2.0 TDI(2010년 인증), Q5 2.0 TDI qu(2010년 인증), CC 2.0 TDI BMF, 비틀 2.0 TDI, A4 2.0 TDI, Q3 2.0 TDI qu, 시코로 R-line 2.0 GTD, 파사트 2.0 TDI 등이다.

이번 리콜 명령에 따라 폭스바겐코리아는 임의설정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개선 방안과 리콜 전후의 연비 변화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포함한 리콜계획서를 내년 1월 6일 이전에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구형 엔진과 달리 폭스바겐이 조작을 부인하고 있는 신형 엔진 차는 현재까지 임의설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추가 확인 작업을 거쳐 조작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EA288엔진(신형 엔진)이 장착된 차다. 유로 6 골프·제타·비틀과 아우디 A3 등 4종과 유로 5 골프(신차) 1종이다.

환경부는 관계자는 “후속 모델인 EA288엔진이 장착된 유로 5 골프 치량과 유로 6 차량은 현재까지 임의설정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추가 자료 확인 절차를 거쳐 임의설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미국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견된 폭스바겐, 포르쉐 3000cc급 경유차를 포함해 현대·기아 등 국내에 경유차를 판매 중인 16개 제작사에 대한 검사도 병행한다. 조사는 내년 4월께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환경부는 폭스바겐 사태와 같은 경유차 임의설정을 막기 위해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과 유럽연합(EU)은 실도로 배출가스 검사를 대형차(3.5t 이상)은 내년 1월부터, 중소형차는 2017년 9월부터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임의설정으로 적발된 차량의 과징금 부과 상한액은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고 임의설정을 한 자동차 제작사를 사법조치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관련 법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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