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코스피에서 기관 매수세가 연일 매섭다. 벌써 8거래일간 순매수 금액만 1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각종 악재가 반영 돼 낮아질 대로 낮아진 국내시장에서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8거래일간 총 1조1663억원을 순매수했다.

오는 12월 미국 금리인상과 프랑스 파리 테러 등의 리스크로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기관은 오히려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의 핵심은 연기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관 매수세는 연기금 매수에 기인한다”며 “연기금 중 국민연금의 경우 연말까지 목표했던 투자 규모 중 4조원 가량의 여유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각종 악재로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내려온 상황이었기에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국민연금 내부적으로 기금운용본부장 연임 건과 이사장 퇴진 사태로 수급과 관련된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던 탓에 투자 여력이 남아있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과 테러가 반영돼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내려갔던 게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관 매수세가 시장 상승을 견인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제한적인 지지로 봐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기관은 주요 종목 중에서 낙폭과대 종목이나 기본 밸류에이션보다 밑돌고 있는 종목을 위주로 매수하고 있다”라며 “이런 이유에서 기관 매수세는 시장을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기관이 매수에 나선 것과 달리 같은 기간 개인은 1조1233억원, 외국인은 9292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같은 대량 매도사태에도 지수는 오히려 견조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기관의 매수세 유입된 16일 1945.68로 시작한 지수는 25일 종가 2009.42로 63.74포인트(3.3%)가 상승했다.

기관의 매수 규모가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 금액에 비해 절대적인 수치에서 밀리고 있는 형국이지만, 매도세가 급매나 투매가 아닌 신흥시장 비중을 줄이는 과정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에 충격파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서 순서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특정 업종에 치우쳐 매도를 하는 양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흥국에 대한 불안감 고조에 따른 한국 시장 전체에 대한 비중 축소 차원”이라며 “투매나 급매의 양상이 아니기에 매도 강도나 시장에 미치는 충격 자체가 미미하게 작용하는 데다 기관의 매수세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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