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거침없는 심경토로…“나에게만 물어보는 것,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

“내년에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이야기를 하겠다. 출마를 하게 되면 그 이유를 밝히겠다. (출마에 대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의미있는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생각한다.”

서울시장 출마? 내년에 입장 밝히겠다”

10월20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하빌딩 8층 진보신당 사무실. 노회찬 대표가 본지 기자를 만나기 위해 바쁜 발걸음으로 들어온 이 곳은 ‘제2창당을 각오하는 당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노회찬 대표가 중국출장을 다녀온 다음 날인 지난 17일 미리 노 대표 측과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노 대표 측은 반가운 표정이었다. “뭘 인터뷰 하실려구요?” 요즘 그를 찾는 인터뷰가 없었던 까닭일까.

노 대표는 요즘 무척 바쁘다. 진보신당 만이 가능한 이른바 ‘장외국감’을 펼치며 혹자의 표현대로 ‘고난의 행군길’을 수행 중이다.

노 대표는 이에 웃으면서 “우리만 고난의 행군을 하는건 아니고…. 여대야소라는 현격한 차이로 국감을 야당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여당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모든 야당이 다…”라고 손사래 치며 말했지만 진보신당은 국회의석이 없다보니 더욱 외롭다. 그 속에서 노 대표는 지방강연부터 시작해 지역순회까지. 그야말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왜 하고 싶은 말이 없었겠는가. 당 분위기부터 시작해 정국의 흐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로 한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노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실용정부가 아니라 실망정부”라고, 민주당에 대해선 “식물정당으로서 해체수순을 밟을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툭툭 던졌다. 기사로 작성하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서 밝힌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과의 결별 뒷이야기에 대해선 끊임없이 아쉬운 표정이었다.

“언론에서 홀대하지요?” 의석이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절감하고 있을 것 같아서 그에게 달라진 ‘언론관’을 물어봤다. 그는 그러나 “전혀 위축이 안된다”고 답했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에요. 원내에 들어가기 전부터 진보세력은 늘 언론으로부터 소외를 당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위축이 안됩니다. 굽힘없이 계속 활동을 하다보면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겠냐는 좀 더 긴 전망을 갖고 있지요.”

“언론의 외면, 전혀 위축 안된다”

노회찬 대표는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는 진보신당의 몸부림을 “제2의 창당”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원의 수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당원이란 정치적인 개념”이라면서 “총선 직후, 촛불집회 직후처럼 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늘어가고 있고 제2창당을 통해 당원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2000년 당 부대표를 맡으며 창당 주역이자 ‘간판스타’로 급부상했던 노회찬 대표는 지난 2월 임시국회 후 자주파(권영길 측)와 평등파(노회찬 심상정 측)간의 이른바 ‘정파싸움(노선싸움)’ 끝에 결별을 선언하면서 탈당, 새로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그로부터 불과 8개월. 진보신당에선 “제2창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일각에선 “그러면 그렇지”하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는 “제2창당은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진보신당을 창당할 때부터 제2창당을 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분당 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급속히 창당을 이뤄냄으로써 우리들의 새로운 기치를 들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며 함께 할 세력이 무엇인지 충분한 준비가 없는 속에서 선거를 앞두고 부득이 하게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총선을 앞두고 당을 안만들 수도 없었고. 충분한 의논과 검토가 없었지요.”

노회찬 대표는 “지난 10년 간 진보정당의 운동이 우리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기대는 충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갈망이 크다. 진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새로운 진보운동으로 나가야 한다. 과거 10년 간 평가 속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계승할 것은 계승해야 한다. 서민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서민으로부터 지지가 없었다. 노동자를 대변한다면서 다수의 노동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평가하고 문제가 있는 것은 결별해야 한다. (제2창당은) 그런 작업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창당’에 대한 열변은 창당 진행률로 이어졌다. 제2창당은 내년 2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직적인 측면과 정책적인 측면, 두 가지 차원으로 진행 중입니다. 조직적인 측면으로는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10월 말까지 접촉이 끝나면 그 결과를 가지고 어느 정도 윤곽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10년 평가 위원회’를 통해서 평가의 기초를 수립 중입니다. 이런 종합적인 것들이 연말이나 연초에 가시화될 것 같습니다. 전민련, 진보정책포럼, 여성단체도 만나고 있고, 조만간 노힘(노동자의 힘)도 만나고, 사회당도 만날 계획이고. 크게는 대중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제2창당’ 그리고 ‘대안정당’. 노 대표가 이런 ‘정치적 활동’에 집착하는 이유는 현 정부와 여당 그리고 기타 정치권에 대한 냉소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실용정부가 아니라 실망정부”
민주당“식물정당으로서 해체수순을 밟을 것 같다”

    
 
    
 
노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아마추어의 극치’라며 ‘국민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탄생했는데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실용정부가 아니라 실망 정부”라면서 “지난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진행됐던 사회양극화가 현 정부에 와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의 근본노선을 전환하지 않는 이상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외교문제와 관련해서 볼 때 대미·대북 관계는 집권능력을 의심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대미관계에서는 지난 10년간 미국과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잘못된 평가 속에서 무원칙·무분별하게 서두르다가 굴욕적인 쇠고기사태가 발생했고, 대북관계는 국제적 정서와 배치되는 대북 강공책을 썼다가 국제적인 미아가 되고 있다. 이는 아마추어의 극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정책도 마찬가지”라며 “그간의 민주화 성과를 무시하는 과거회귀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과거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금 정국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민주당의 기능정지 때문이다. 민주당은 식물정당이 돼 버렸다. 대통령과 여당의 낮은 지지가 민주당에 반사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민주당 역시 국민적 심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대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지난 5년을 책임질 세력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 구실을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게 노 대표의 견해다.

노 대표에게 ‘야성을 회복하겠다’고 현재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주당의 앞날은 솔직히 비관적이다.

그는 “여론조사도 그렇고, 4년 후에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면서 “제1야당으로서 기능이 정지됐다면 남은 길은 해체와 복원이 있는데, 복원은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닌가. 아무래도 느린 속도의 해체를 밟을 것 같다.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회찬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 당의 희망을 걸고 있다. 그의 포부는 한가지로 요약된다. 그에게 민주당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한나라당을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년 2월, 제2창당이 현실화될 경우 2010년 지방선거가 자연스럽게 목표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민주노동당과 충돌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게 될 경우 진보진영은 2012년을 자칫 불안하게 맞게 되지 않을까.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일단 지방선거 자치현황을 보면 한나라당 일당독재체제입니다. 이걸 깨야 합니다. 우리가 지역주민들에게 민주노동당과의 대결에서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피할 수없는 것이지만, 다만 진보신당 입장에선 민주노동당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나라당을 이기는 게 중요합니다.”

“한나라당을 이기는 게 중요하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18대 국회 첫 국감은 여야간 정쟁과 대립 때문에 그야말로 파행 운영됐다는 견해가 득세했다. 여야가 서로 ‘니 탓, 내 탓을 외치며 싸우는 데만 ‘올인’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 의원은 없었다. 17대 때 초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야에서 현장 경험이 많은만큼 의정활동에서 단연 두각을 보였던 노 대표는 이번 국감을 어떻게 비쳐졌을까.

“국감이라는 게 사실은 잘 아시겠지만, 다른 나라엔 없는 제도다. 한마디로 입법부가 사법부와 행정부까지 업무를 감사하는건데, 3권 분리가 제대로 된 나라엔 없는 제도다.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국감은 집권여당에 대한 견제로 나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야당의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여러 이유에서 ‘여당의 잔치’가 돼 있다. 현 정부가 피감대상이 아니라 지난 정부가 감사대상이 돼 버린 꼴이다.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국감이 아니기 때문에 야당들은 방어하기에 바쁘다. 17대 때는 그래도 과거보다 더 나아진 정책감사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 보면 한나라당과, 한나라당과 친한 당이 국회의 7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활동이 취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를 바라보는 눈이 남다르기, 아니 애정이 특별하기 때문에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그는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일까. 노 대표는 지난 달 서울 노원구에 지역정책을 연구하는 ‘노회찬 마들연구소’를 설립했다. 일단 노원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총선 기간 중 서울 노원 병에서 홍정욱 현 한나라당 의원과 ‘혈전’을 벌였지만 패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노원 주민들은 스타급 의원을 버리고 새내기 의원은 선택한 셈이다.

“노원지역은 주민들에게는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지역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저는 그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평소에 지역 주민들이 만나기 힘든 그런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인물과 사회에 대해) 특강을 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들과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 대표는 요즘 무척 바쁘다. 정치재개를 탐색하는 낙선 정치인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른바 ‘강연정치’를 펼치며 전국을 순회하는 ‘고난의 행군길’을 수행 중이다.

“진보신당의 상임대표를 맡는 사람으로서 활동이 전국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2창당을 위해 이번 주도 지방순회가 잡혀있고…. 지역 강연회다, 지방 토론회다. 지역강연회만 벌써 100회째입니다. 의원 때보다 더 바쁜 것인가요?(웃음)” 노 대표는 인터뷰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웃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원점’으로 돌아왔다. 기자가 질문을 꺼내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노 대표 스스로 ‘제2창당’과 ‘언론의 외면’에 대해서 입을 계속 연다.

“강연만 100회…의원 시절 때보다 더 바쁘다”

“제2창당과 관련해 연말에 기구가 마련될 것입니다.” 언론들이 보도를 할까. “언론의 태도는 문제가 있지만, 우리가 언론탓만 하고 세월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럴수록 언론이 우리 이야기를 실을 수밖에 없는 그런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좀 여유있게 보고 있습니다. 언론이 처음부터 나폴레옹을 주목했습니까? 나폴레옹이 집권을 하니까 주목을 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힘으로 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성장하면 언론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노회찬 대표는 어디까지 성장하고 싶은 것일까. 인터뷰 마지막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서울시장 출마설’을 조심스럽게 꺼내봤다. 노 대표는 최근 한 강연에서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본 기자에겐 예상 외의 답을 던졌다. 그것도 아주 길게.

“제가 아마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어느 당의 누가 되느냐를 두고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의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러 정치적 쟁점의 한 가운데서 (서울시장 출마설과 관련된) 문제가 놓여 있지요. 저 같은 경우도 그런 의미있는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생각합니다. 출마와 관련해선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현역 시장도 (출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안하고 있는데 서울시장에 대해선 나 말고 누가 있나요. 내년에 이야기하겠습니다. 하게 되면 하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안 물어보는데 저에게만 물어보는 것, 아주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여의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노 대표가 ‘서울시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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