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만 제도·룩셈부르크에 신규 역외펀드 설정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들어 새롭게 조성한 ‘조세피난처 역외펀드’에 곱지 않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제상 특혜를 노리고 조세피난처에 설정되는 역외펀드가 늘어가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의 해당 펀드들 적자까지 발생하면서 의혹은 커져가고 있다.

조세피난처가 순손실을 낸 것처럼 보고하고 국내 금융당국이 직접 들여다 볼 수 없다는 점을 악용, 실제로는 역외 탈세나 자금 이탈 등으로 활용됐던 과거 사례들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들어 케이만 제도와 룩셈부르크 등에 총 3개의 역외펀드를 조성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룩셈부르크에 채권펀드인 미래에셋글로벌이머징오퍼튜니티본드펀드(Mirae Asset Global Emerging Opportunities Bond Fund)를 신규 설정했다. 또 지난 2월에는 케이만 제도에 아시아오퍼튜니티아비트리지펀드(Asia Opportunity Arbitrage Fund), 아시아오퍼튜니티롱숏에쿼티펀드(Asia Opportunity Long Short Equity Fund)를 역시 신규 설정했다.

이들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총 자산은 올 3분기 말(9월 30일) 기준 2684억원에 달한다. 펀드별로 보면 미래에셋글로벌이머징오퍼튜니티본드펀드가 1144억원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오퍼튜니티아비트리지펀드 870억원, 아시아오퍼튜니티롱숏에쿼티펀드 670억원 등이다.

문제는 룩셈부르크나 케이만 제도 등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라는 점이다. 조세피난처는 발생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하여 조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부담세액이 15% 이하인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즉, 법인세·개인소득세에 대해 전혀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과세를 하더라도 아주 낮은 세금을 적용함으로써 세제상의 특혜를 부여하는 곳들이다.

이 때문에 조세피난처의 역외펀드에 대한 투자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도 이같은 목적으로 해당 지역들에 새롭게 펀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조세피난처 지역에 역외펀드를 설정하는 것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인기몰이와 더불어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역외 사모펀드가 조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이 조세피난처 역외펀드로 이전된 후 투자되는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고, 변칙 증여를 위한 해외투자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해당 펀드에서 발생하는 적자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미래에셋글로벌이머징오퍼튜니티본드펀드와 아시아오퍼튜니티아비트리지펀드에서는 올 3분기 총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조세피난처에서 발생하는 순손실에는 항상 탈세나 자금 빼돌리기라는 의혹이 따라붙는다. 정상적인 영업과정에서의 손실로 볼 수도 있지만, 조세피난처에 소재할 경우 국내 금융당국이 내부사정을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자가 역외펀드 투자 소득을 투자 손실로 둔갑시켜서 탈세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상황만을 근거로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조세피난처라는 특성을 전제로 할 때 일부러 손실로 처리하고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심이 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