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한종민 기자] 2015 프리미어12가 최악의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11시 20분(현지시간)쯤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한국과 미국의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B조 예선 5차전이 끝난 직후 화재가 발생했다.

전광판 관제실에서 발생한 불은 별다른 인명 피해 없이 대만 소방당국에 의해 진화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에 대해서 대회 조직위 측은 밝히지 않았다. 아찔한 사고가 날 뻔 했다. 경기 도중 불이 났다면 관중들의 대피 소동으로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프리미어12 조직위 측은 시설 수리를 위해 16일 오후 6시 30분 티엔무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과 쿠바의 8강전 장소를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야구장으로 옮겼다. 한국도 당장 경기에 영향을 받게 됐다. A조 예선이 열린 타이중 지역에 있었던 쿠바는 익숙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다. 반면 한국은 차량으로 2시간 30분 가까이 이동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불의의 사고는 생길 수 있고, 첫 대회인 만큼 운영에 미숙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설과 환경 자체가 원천적으로 낙후됐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치른 곳 같지 않았다.

지난 11일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앞서 열린 미국-베네수엘라전이 비로 지연돼 제대로 된 사전 훈련을 하지 못했다.

강민호(롯데)는 “선수들이 복도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아마추어 대회도 아니고 이럴 수가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타오위안구장은 대만프로야구 라미고 몽키스의 홈구장이다. 경기장 바로 옆에는 보조 경기장이 있다. 충분한 연습 공간이 있다.

또 이날 내렸던 비로 미국과 베네수엘라전은 전광판이 고장난 상태로 진행됐다. 실외야구장 전광판이 비를 맞아 문제가 생기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타오위안구장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연고 프로팀이 없는 티엔무구장의 시설은 더욱 참담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 도중 그라운드에서 돌을 발견하기도 했다.

외야수 김현수(두산)는 티엔무구장의 조명을 보며 “뜬공이 잘 안보인다. 이 정도 빛은 전지훈련 타격 연습 때의 수준 밖에 안 된다”며 혹평을 했다.

대만은 일본과 손을 잡고 프리미어12의 첫 공동개최국이 됐다. 국제대회 개최를 통해 2000년대 승부조작 파문으로 떨어진 야구 인기를 되살리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만 대표팀은 A조 5위(2승 3패)로 예선에서 탈락했다. 거기에 미숙한 대회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살만 뻗치게 됐다. 한국과 미국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적인 오심을 한 2루심도 대만인 왕청헝 심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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