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뚝심경영이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연구개발비 투자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마다 임 회장은 ‘뚝심’ 하나로 버텼다. 그는 “신약 개발은 내 목숨이나 마찬가지”라며 연구진을 독려했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 회장의 연구개발(R&D)에 매진하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투입된 누적 R&D 규모만 9000억원대에 이른다. 최근 5년간의 누적 R&D 규모만도 5000억원대다.

2013년 제약기업으로는 최초로 연간 R&D 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1525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올해 3분기(7~9월)까지 한미약품의 R&D 투자비는 1380억원으로 이는 매출액의 19%에 해당된다.

그 결과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미국의 일라이릴리와 6억9000만 달러 계약으로 대규모 기술수출에 물꼬를 튼 이후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Quantum Project)’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4억유로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milestone)으로 35억유로를 받게 된다. 이는 우리돈으로 5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한미약품은 올 들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주요 다국적 제약사와 잇따라 대형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과 7월 각각 7800억원과 8300억원대의 기술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국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에 당뇨치료제 기술수출 금액을 더하면 올해 신약 기술수출로 예상되는 액수는 무려 6조4000억원대에 이른다.

특히 이번 기술수출 계약 규모가 큰 것은 이전에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한 면역치료제와 폐암치료제보다도 상용화 가능성이 더욱 높고 향후 당뇨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당뇨약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복제약(제네릭)을 제조하는 업체였던 한미약품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 투자에 나섰다.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등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신약 및 개량신약으로 눈을 돌린 것. 상위 업체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 수준에 그칠 때 한미약품은 연평균 13%를 신약 개발에 투입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사노피가 퀀텀 프로젝트의 가치를 인정했다”며 “사노피와의 계약 체결이 당뇨와 대사이상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새 치료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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