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타파하고 수익은 덤으로

▲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BMW 인증 중고차 전시장.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허위매물과 사고이력조작, 호객행위. 오늘날 중고차 시장을 대표하는 수식어다. 수입차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국산차보다 정보가 적고 가격도 높기 때문에 그냥 구입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이러한 불신을 타파하기 위해 수입차업계가 직접 나섰다. 인증중고차가 그 주인공이다. <파투>가 수입차브랜드의 인증중고차 매장에 방문해 기존 중고차들과의 차이점을 알아봤다.

지난 14일 오후 인천항 앞길을 따라 주행했다. 평일 오후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물류로 인해 인천항 앞은 상당히 혼잡했다. 화물차 행렬을 헤치고 500m쯤 지나니 검은색 테두리에 파랑색과 흰색이 교차된 익숙한 로고가 보였다. BMW의 심볼이었다. 휴일이 아님에도 매장 주차장은 만차 상태였다. 최근 높아진 BMW의 인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간신히 빈자리를 찾아 차를 세워놓고 ‘BMW Premium Selection(BPS)’라고 적혀있는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자동차만 전시돼있을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제일 처음 본 풍경은 아기자기한 카페를 방불케했다. AS나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대기하는 라운지였는데 음료와 다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라 처음 방문한 소비자도 편하게 둘러 볼 수 있었다.

▲ BMW 320D.

◆ 고급화 전략

이날 기자가 알아본 차량은 BMW의 스테디셀러 3시리즈와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미니 쿠퍼였다. 아쉽게도 전시장안에서는 미니쿠퍼와 3시리즈를 찾아볼 수 없었다.카페에서 몇 걸음을 이동하니 전시장이 보였다. 팻말에 적혀있는 BPS라는 문구가 인증중고차 전시장임을 알렸다. 전시장 한쪽에 상담실로 보이는 곳에선 여성 고객이 차량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고 중앙에는 안내를 맡은 여직원이 보였다. 그 여직원에게 다가가 원하는 차종을 말하니 컴퓨터로 조회를 시작했다.

여직원은 조회가 끝난 후 “현재 3시리즈는 광택작업에 들어가 볼 수 없는 상태”라며 “미니쿠퍼의 경우 어제 들어온 차가 밖에 전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밖에 있는 미니를 볼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직원은 영업사원 한명을 소개해줬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굳건한 BMW
따라가기엔 2% 부족한 메르세데스

영업사원은 여직원에 비해 무뚝뚝한 편이였다. 구입의사를 표현해도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았으며 사람에 따라 불친절하게 느낄 수 있어 보였다. 미니 앞에 도착한 영업사원은 연식과 가격, 차량상태를 설명했다.

미니는 2015년식으로 주행거리도 1만㎞정도 밖에 되질 않은 신차수준의 차량이었다. 가격은 3300만원정도로 일반 중고차 매장에 비해 200만원정도 비쌌지만 보증기간을 1년 연장해주는 프로모션이 적용됐다. 단 보증기간이 남아있는 차량에 한해서만 적용할 수 있었다.

BPS영업사원은 “가격이 일반시세보다 약간 높지만 정비와 사후관리를 BMW에서 확실하게 처리한 상태”라며 “사고이력부터 차량에 관한 모든 정보를 BMW전산을 통해 알아 볼 수 있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일반 중고차 시장과는 차별화된 신뢰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차량의 구매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미니의 구매방식은 전시장에 있던 대부분의 차량과 마찬가지로 리스승계였다. 리스승계란 법인에서 구입한 리스차량을 매입해 남은 리스기간을 승계 받는 구매방법이다.

BPS영업사원은 “할부나 현금으로도 계산할 수 있지만 리스에 비해 금리가 높아 추천하지 않는다”며 “할부는 BMW자체 할부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금융권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3시리즈를 나중에 볼 수 있냐는 의사를 표현하자 영업사원은 “연락처와 원하시는 차종을 구체적으로 남겨 달라”며 “차가 입고되는 즉시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다. 며칠 뒤 해당 영업사원으로부터 3시리즈가 입고됐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 서울 성동구 자동자길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인증 중고차 전시장.

◆ 클래스가 다르다

다음날인 지난 15일 늦은 저녁 기자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벤츠 인증중고차 매장으로 향했다. 벤츠 인증중고차의 정식 명칭은 ‘스타 클래스’로 S클래스, E클래스와 같은 벤츠 특유의 차량 분류법에서 착안했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중고차의 메카라 불리는 자동차시장길도 무척 한산했다. 덕분에 벤츠 인증중고차 전시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시돼 있는 많은 벤츠 차량 사이로 야간 당직으로 보이는 직원이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겼다.

▲ 메르세데스 벤츠 E300.

기자는 아버지가 탈 차를 알아보고 있다며 넌지시 ‘벤츠 E클래스’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전시장에는 딱 두 대의 E클래스가 전시돼 있었는데 한 대는 이미 계약이 완료된 차량이었다. 흰색 E클래스 앞으로 영업사원과 함께 이동했다. 차량의 상태는 2012년식이라는 다소 오래된 연식과는 다르게 상당히 좋았다. 사고 이력도 없었고, 내부 마감이나 편의사항들도 요즘차량 못지않게 잘 구비돼 있었다. 가격은 신차보다 2000만원정도 낮은 3000만원 초반대로 역시 일반시세보단 높게 책정됐다. 주행거리는 5만㎞였다.

벤츠 영업사원은 “E클래스는 워낙 인기차종이라 입고되는 순간 다 빠진다”며 “이 차량의 경우도 품질이 우수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구매를 부추겼다.

하지만 BMW와는 다르게 서비스 측면에선 부족한 면이 느껴졌다. 먼저 보증기간 연장 프로모션을 따로 진행하지 않아 추후 수리비 부담이 크게 느껴졌다. 또 벤츠 자체에서 진행하는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구매방식이 대부분 리스승계라 할부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크게 부담은 되지 않았다.

보험회사와도 연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보험도 연결이 가능하다”며 “할부를 진행하는 금융사도 소개해줄 수 있다”고 전했다.벤츠 영업사원은 “금액이 부담된다면 기존에 있던 차량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며 “반납하는 차량이 벤츠차량일 경우 직접매입하고 타 브랜드일 경우에는 상사를 연결해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역력해 보이는 영업사원을 뒤로한 채 벤츠 중고차 매장 바로 옆에 위치한 폭스바겐 인증중고차 매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매장 마감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 폭스바겐 파사트.

폭스바겐은 최근 큰 거사(?)를 치루면서 중고차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 차량이 입고되는 족족 팔리는 다른 인증수입차 전시장과 달리 매장에 많은 차량들이 전시돼 있었다. 물론 매장이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점도 많은 차량에 한몫했다.

폭스바겐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화통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 영업사원을 볼 수 있었다. 영업사원이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 매장에 있는 차량들을 둘러보며 전체적인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던 중 폭스바겐 ‘파사트’가 눈에 들어왔다. 폭스바겐 디젤사태 중심에 있는 그 차량이다. 가격표에는 3000만원 초반의 가격이 표기돼 있었고 무사고 차량에 2015년식이었다.

디젤사태에도 개의치 않는 폭스바겐
초도물량 소진에 갈길 험난한 렉서스
▲ 서울성동구 자동차길에 위치한 폭스바겐 인증 중고차 전시장.

파사트를 천천히 살펴보는 도중 영업사원이 다가왔다. 파사트에 대해 구매의사를 보이자 폭스바겐 영업사원은 “방금 입고된 차량이라 아직 광택작업을 끝내지 못한 상태”라며 “구입을 할 경우 광택 처리와 세차까지 확실하게 해준다”고 기자를 부추겼다.

폭스바겐 디젤사태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크게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구매하기엔 적기”라며 “리콜조치가 시행되면 지금보다 연비도 감소하고 출력도 약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추가로 할인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폭스바겐 영업사원은 “적당한 선에서 가격조정이 가능하다”며 “구매방식에 따라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에서도 추가로 보증기간 연장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진 않았다. 다만 특이할 점으로는 협력사 대행이 아닌 폭스바겐 코리아가 직접 운영한다는 점이다. 전산조회나 AS문제에 보다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 서울 성동구 자동차길에 위치한 렉서스 인증 전시장.

◆ 아직은 사업초기

마지막으로 일본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의 인증 중고차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식명칭은 ‘렉서스 서티파이드’로 지난달 18일에 오픈한 신성이다. 새로 생긴 곳이라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일까. 전시장의 풍경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차량들도 적었고 종류도 많지 않았다.

렉서스 영업사원은 “일본차량 자체가 내구성이 뛰어나 중고차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현재 초도물량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탓에 차량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몬시장 이론이란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시장 전체에 불신이 팽배해지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구매자는 모든 판매자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판매자는 모든 구매자를 ‘진상’으로 인식하게 돼 시장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은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레몬시장 이론의 대표 사례다. 가격과 상태가 정해져 있는 신차와 달리 중고차는 상태가 제각각이고 그 정확한 상태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매도자가 사고 사실을 숨기거나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부정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직접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자사 브랜드의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인증판매를 하는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시켜 줌은 물론 수익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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