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노조 재갈 물리기’

[파이낸셜투데이=성은아 기자] 대신증권이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53년 무노조 경영 신화가 깨진 후부터 지속적으로 노조 탄압 논란이 일던 터라 반발이 거세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정직처분과 고소, 복수노조와의 차별 논란 등 끊이지 않는 노사 간 잡음에 ‘오너 입맛에 맞는 기업 만들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 수위 징계 통보

지난 15일 대신증권은 이남현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에게 ‘면직 징계안’ 상정을 통보했다. 내부에서는 사내 임직원에 대한 면직 처분은 매우 드문 징계 수위로 사실상 해고를 의미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측이 본격적으로 ‘이 지부장 찍어내기’에 돌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신증권 측에 따르면 이 지부장이 허위사실 유포와 회사 명예훼손,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사내질서 문란, 기밀 유출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해 면직 처분키로 결정했다. 이에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지부장의 면직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측이 제시한 면직 이유 중 대부분은 이미 법적으로 무혐의 판결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이 노조위원장의 면직 처분을 위해 구색 맞추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6월 대신증권은 이 지부장을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전략적 성과관리를 통해 대량해고가 행해지고 있다는 주장 등을 포함해 15가지 항목의 허위 사실을 유포,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혐의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강남경찰서는 이를 불기소(혐의없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지부장은 “사측이 제기한 징계 이유는 이미 경찰에서 무혐의가 난 부분”이라며 “징계 추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신증권 관계자는 “작년 정직처분 이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다음 인사조치인 면직처분에 들어간 것”이라며 징계안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대신증권의 ‘이 지부장 옥죄기’는 노조가 생긴 후로 계속돼왔다.

지난해 5월 대신증권은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이 지부장에게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8월에는 이 지부장이 근무하는 청담지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조는 “과도한 조치와 표적감사”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사측은 “지난해 정직 처분은 법원에서 이미 정당한 인사조치라는 판결이 나온 사안”이라며 “표적감사는 노조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소속 대신증권지부 노조원들과 관계자들이 지난 6월 11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사측에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사측의 ‘재갈 물리기’는 이 지부장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측이 이 지부장이 속한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를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현재 대신증권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는 상황. 선발노조가 세워진지 이틀 만에 만들어진 ‘대신증권노동조합’은 친기업적 성향으로 사측으로부터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대신증권노동조합’에 먼저 개별교섭을 허용했다. 현행 노조법에 근거해 사측은 조합원 수가 더 많은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와 교섭을 진행해야 했지만 이를 위반한 것이다.

더불어 대신증권은 지난해 12월 ‘대신증권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만 무쟁의타결격려금 150만원과 경영목표달성·성과향상 격려금 150만원 등 총 300만원을 지급했다. 노조 차별 논란이 일었고 사측은 개별교섭의 결과물일 뿐 노조 차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특정 노조에만 격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조를 지배하고 개입하려는 차별행위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하면서 대신증권은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회사 비판에 노조위원장 면직 추진 
사실상 구조조정 VS 직원들 역량강화

진짜 목표는 퇴출

노조와 대신증권 간 끊임없는 잡음의 핵심에는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 프로그램이 있다.

‘노조 파괴 논란’으로 2012년 말 설립 인가가 취소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고안한 이 프로그램은 2011년 대신증권이 창조컨설팅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후 이듬해 4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업무 저성과자를 선정한 후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한 후 성과가 개선되지 않으면 상담역 배치, 대기발령, 명령휴직 등으로 자연퇴직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증권 측은 직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 프로그램을 수행한 직원들 대부분이 ‘실현 불가능한 과제부여’와 ‘비인격적인 대우’를 견디다 못해 중간에 퇴직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 프로그램을 수행하다 퇴직한 전 대신증권 근무자들에 따르면 산꼭대기에서 인증사진 찍어 보내기, 한 달에 2000만원의 주식매매 수익 올리기, 1~2주 간격으로 지점 옮기기 등 업무와 무관한 과제가 부여됐고 모욕적 처사가 지속됐다.

대신증권 측은 프로그램에 포함된 교육과정의 일부라며 성과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직원 퇴출을 목표로 고안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속속 제시됐다. 창조컨설팅이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 대신증권에 보낸 보고서가 공개된 것이다.

퇴직 직원 등이 체불임금 등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밝혀진 ‘고성과 조직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매뉴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설계는 육성이나, 목표는 퇴출인 상시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라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즉, 프로그램 설계의 표면적인 목적은 육성이지만 실제 목표는 퇴출인 상시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신증권 측이 주장하고 있는 역량강화는 단지 명분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밖에 보고서에는 프로그램에 선정된 직원들의 잔류의지를 없애기 위한 방법들이 제시돼 있다. 보고서에는 내부적으로 어려운 과제를 부여하고 단계별 급여삭감과 신분변동으로 잔류 욕구를 상실시켜 최종적으로는 자연퇴직 하도록 설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는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는 성과를 빌미로 한 사실상 인력퇴출 프로그램”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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