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화장품 업체의 추악한 이면

[파이낸셜투데이=성은아 기자]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던 ‘코리아나 화장품’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화장품 강제판매’부터 ‘불법 의료시술 행위’까지 업체의 추악한 민낯들이 속속 들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찾았던 코리아나 화장품 뷰티센터에서 악몽 같은 경험을 한 피해자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업체는 교묘하게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

코리아나 화장품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자사 멀티브랜드숍 ‘쎄니떼’의 매장 확대와 중국 화장품 업체와의 업무협약을 계기로 상종가를 치던 상황이 ‘불법 의료시술 논란’으로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이번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화장품 강제판매’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위법 의혹, 코리아나

코리아나 화장품이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뷰티센터에서 ‘불법 의료시술’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8월 말이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코리아나화장품 라비다 뷰티센터 역삼점’에서 스킨케어 관리를 받던 고객이 레이저 기기 시술로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고 경락 마사지로 인해 병원에서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의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에 지난달 중순 역삼지구대가 해당 뷰티센터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고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레이저와 초음파 자극기 등 매장 내 기기 10여점을 단속했다. 이 중 대부분의 기기가 의료용으로 등록됐고 일부 기기만이 미용기기로 분류돼 사용 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의료법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조항’에 의거해 비(非)의료인의 의료기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불법 시술 혐의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경찰은 현재 의료기기 무단 사용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의료기기 불법 사용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레이저 시술기의 이용이다. 전문가들은 레이저 시술기의 경우 무자격자가 사용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의료기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이석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레이저 시술을 비전문가에게 받으면 흉터가 생길 수 있다”며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시술을 받고 악화돼서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밖에 수사 과정에서 자격증 없이 안마 시술을 한 혐의로 55살 최모 씨 등 관리사 4명이 불구속 입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매의 늪

코리아나의 화장품 강제판매(강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봇물 터지듯 발생하고 있다. 강매 관련 피해는 코리아나화장품 뷰티센터가 생긴 200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상에 ‘코리아나 뷰티센터 강매’라고 검색하면 관련 피해사례가 쏟아질 정도다.

취재결과 코리아나 화장품은 피부 관리 이벤트 당첨을 미끼로 해 무작위로 소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사의 뷰티센터 방문을 유도, 소비자들에게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화장품 구매계약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나 화장품 역삼 뷰티센터에서 강매 피해를 본 조모 씨는 지난 2월 20만원 상당의 피부 관리 이벤트에 당첨 됐다는 전화를 계기로 해당 지점을 방문,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

이후 업체는 조 씨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스페셜 바디케어 프로그램을 특별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주겠다고 권유했다. 직원은 임신이 힘들 수 있다는 말까지 하며 조 씨를 설득했고 이에 조 씨는 피부 관리와 신체 관리를 포함해 총 490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이 후 한 달에 50만원이 넘는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조 씨는 계약 4일 만에 코리아나 화장품 역삼 뷰티센터에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신체 관리 프로그램은 환불이 가능하지만 피부 관리 부분은 절대 환불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조 씨는 “수백만 원을 결제한 후에도 상품 강매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며 “뷰티센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명백한 소비자 기망이다”고 말하며 경찰 고소를 고려 중이라 전했다. 업체 측은 조 씨로부터 내용 증명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환불을 미루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 판치는 뷰티센터 
피부관리 미끼로 소비자 끌어모아 
화장품 판매 위해 대출 권유 까지 
업체는 적반하장 “억울하다” 호소

이밖에 코리아나 화장품 뷰티센터 직원들은 대출까지 권유하며 도 넘은 화장품 강매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코리아나 화장품 강남 뷰티센터를 이용했던 박모 씨는 업체로부터 1500만원에 달하는 신체관리 프로그램에 등록 할 것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박 씨는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뷰티센터 관계자는 박 씨에게 대출을 권유했다. 박 씨는 뷰티센터 직원이 한 달에 30만원씩 3~4년만 갚으면 된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강매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은 환불을 받는 과정에서 또 한 번의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코리아나 화장품은 소비자들에게 전액 환불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환불 자체를 거부하거나 환불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직원들이 사비로 환불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도 발생되고 있었다.

강매 피해자들에 따르면 코리아나 화장품의 청약철회 서약서에는 상품의 상자를 훼손한 경우 환불이 불가능 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다. 현행 방문판매법에는 상품의 포장 훼손여부에 상관없이 소비자가 14일 이내 청약을 철회할 수 있고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코리아나 화장품 관계자는 “상자가 훼손됐어도 모두 환불 조치를 해주는 것이 내부적 방침”이라며 환불 거부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코리아나 화장품의 환불 거부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되풀이 되고 있다.

코리아나 화장품은 환불을 위해 뷰티센터 내방을 종용하거나 환불 금액에서 피부 관리 부분을 제외시켜 환불 금액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환불을 미루기도 했다.

업체 측의 피부 관리 프로그램에 의한 부작용으로 인해 환불을 요청한 피해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이 업체로부터 환불이 불가능 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화장품을 구매한 조건으로 마사지나 피부 관리가 제공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의한 환불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억울함 호소, 형식적 해명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불법 의료 시술 논란에 대해 코리아나 화장품 측은 오해가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코리아나 화장품 관계자는 “의료기기가 아닌 미용기기로 분류된 기계들을 이용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며 “의료기기를 통한 불법 시술 행위는 없었다”고 못 박았다.

더불어 현재까지의 경찰 조사 결과 의료기기를 사용했다고 인정된 부분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하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자격 안마사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와 관련해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업체 관계자는 “스킨케어관리 도중 어깨 부분을 부드럽게 손으로 주물러 준 정도일 뿐 강한 압력에 의한 경락 마사지는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피해 고객의 목 디스크 진단 결과를 두고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코리아나 화장품 관계자는 “목 디스크 진단은 환자의 진술에 의해서만 판단이 난 부분”이라며 “자기공명영상(MRI)이나 X선 촬영(X-ray) 같이 세부적인 검사가 없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화장품 강매에 대해서는 관련 내용이 보도될 때마다 해오던 형식적인 해명을 되풀이했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강제판매라고 오해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회사 차원으로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매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현 상황을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코리아나 화장품 관계자는 “현장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직원의 태도나 말투를 강제판매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직원들이 소비자들에게 강제로 판매를 부추기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시인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코리아나 실적 개선세 지속되나

제품 강매와 불법 의료시술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코리아나 화장품의 올 상반기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코리아나 화장품의 올 상반기(연결 기준) 매출은 461억원에서 678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2.61%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올해 대폭 흑자 전환됐다. 당기순이익은 44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168.1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3.25%에서 6.78%로 10.04%포인트 상승했다.

사업구조 다변화와 국내와 아시아권에서의 매출 증가가 코리아나 화장품의 실적 호조를 견인한 모양새다.

코리아나 화장품은 지난 8월 초 중국에서 화장품 전문점 4000여 곳을 운영 중인 웬페이양 상무유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0년 7월까지 5년간 화장품 408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상반기 국내에서의 화장품 판매액은 64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42억원과 비교해 45.70%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판매액은 33억원으로 같은기간 18억원에 비해 83.33% 늘었다.

그러나 투자 유치를 위해 추진했던 유상옥 회장 일가의 지분 매각이 3년간 표류하고 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위험 요소도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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